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해 11월 '원·엔 동조화' 발언을 한 후 외환 당국의 시장개입 비용인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말 일본은행(BOJ)의 깜짝 추가 양적완화 이후 원·엔 환율이 급락하자 당국이 강도 높은 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180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1달 새 1조9,300억원(1.1%), 1년 사이 14조5,700억원(8.8%)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연스러운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로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178조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올 들어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완화로 원화가 절상 압박을 받고 있어 잔액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통안증권 잔액이 급증한 것은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수출경쟁력 타격을 우려한 당국이 막대한 실탄을 쏟아부은 탓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원화가치가 상승 압박을 받으면 발권력을 동원해 외환시장의 달러를 사들여 원화 약세를 유도한다. 달러를 사들이며 풀린 원화는 통안증권으로 흡수하고 이 과정에서 잔액이 불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09엔에서 118엔으로 10엔 가까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한 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유익하지 않으므로 통안증권 잔액이 증가한 것은 환율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고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는 통안증권이 계속해서 불어나는 데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일부 국가는 중앙은행 채무도 국가부채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제한장치 없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금리가 낮지만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한은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통안증권 이자는 기준금리인 연 2.0%를 대입하면 연간 약 3,6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이 이로 인해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부족분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