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투사 '투자꺾기' 횡포

주가 폭락 등으로 벤처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창업투자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벤처투자를 하면서 투자자금의 일부를 다시 회수하는 '투자 꺾기'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0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창투사들이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 등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상대로 한 투자를 회피하고 있으며 그나마 일부 투자하는 것도 '꺾기'를 일삼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면서 정기예금의 가입을 권유하는 꺾기(구속성 예금)와는 달리 벤처 투자꺾기는 대부분 꺾는 부분만큼의 원금을 되돌려 받기 어려워 벤처기업의 부실화를 촉진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주식의 현물출자, 컨설팅비 등으로 투자자금 사전 공제, 창투 조합에 대한 재출자 요구 등 신종 수법들이 난무해 기존 법망으로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보통신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는 N사의 P 사장은 요즘 몇달째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수주계약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지만 개발비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추가투자를 받고 싶어도 지난해 창투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한 '투자꺾기'때문에 재무구조가 망가져 추가 자금을 유치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 회사는 자금유치 상황이 최악이던 지난해 9월말 창투사로부터 높은 배수로 15억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정작 현금으로 받은 것은 10억원 뿐이었고 나머지 5억원은 이 창투사가 투자한 다른 회사의 주식을 현물로 받았다. 창투사는 결산을 앞두고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차원이니 잠시 기다려 달라며 환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이 주식은 거래가 끊겨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됐다.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Y사는 최근 모 창투사의 투자제의를 받고 고민을 하다 투자를 받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장라인 설치에 1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창투사측은 기대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5배수에 8억원의 투자제의를 했으며 그나마 창투사와 연관이 있는 경영컨설팅 연구소에 컨설팅을 받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컨설팅비는 최소 1억~2억원 정도였기 때문에 또 이만큼은 자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밖에도 창투사가 투자를 하면서 창투사가 결성ㆍ운용하는 투자조합에 재출자를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 창투사는 투자조합에 출자했으니 해당 회사의 주식을 낮은 배수로 추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벤처기업 경영진들을 당혹하게 했다. 또 창투사들은 투자를 하면서 원계약보다 낮은 배수의 이면 계약서를 작성해 실제 약정한 금액보다 종종 작은 금액을 보내면서 바이백 등의 조건에서 높은 배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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