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1부. 혁신 없는 4만달러는 신기루 <5>긴 호흡 필요한 인구 솔루션

과감한 예산으로 저출산 탈출 '프랑스式 정책'에 길 있다

GDP 5% 아동·복지 배정 출산율 1.65→2.02명 껑충

日은 잇단 복지정책 불구 재정부담만 늘며 경제 나락

직무급·여성 고용 확대 등 정부 장기 로드맵 만들어야


"대한민국은 300년, 즉 4세대만 지나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인구학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지난 2012년 인구 5,000만명을 넘었지만 6,000만명 시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는 오는 2030년 5,216만명에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에는 1992년 수준인 4,396만명으로 쪼그라든다. 별다른 외부충격 없이도 그대로 고사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19명. 최악의 기록인 2005년(1.08명)보다야 낫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인 것은 변함없다. 1980년만 해도 1년에 86만명의 새 생명을 낳던 대한민국은 이제 절반인 43만명밖에 낳지 못하는 심각한 출산기피증에 걸려버렸다.

◇20년 뒤 젊은이 1명당 노인 1명 부양=저출산·고령화 문제에서 한국은 거대한 덫에 걸린 모습이다.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은 2018년 '고령 사회(14%)', 2026년 '초고령 사회(20%)'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 사회 진입기간 26년은 프랑스(156년)의 6분의1로 전세계에서 가장 짧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10년 후 핵심생산인구에 속하는 젊은이(25~49세) 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0년 후에는 젊은이 1명당 노인 1명이다. 일해서 돈을 버는 생산인구가 가파르게 줄다 보니 한 사람당 노인 부양 부담이 무섭게 늘어난다. 노인 부양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 어린이 부양 부담은 줄이고 싶을 수밖에 없다. 출산율은 더 쪼그라든다. 세대갈등이 심각하게 불거지는 악순환에 접어드는 것이다.


인구는 경제와도 직결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 따르면 인구감소가 시작된 선진국은 예외없이 국력도 쇠퇴했다.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인구감소가 처음 시작된 2005년의 10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 역시 2030년의 10년 전인 2020년까지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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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냐 일본이냐' 기로에 서다=저출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대표적인 국가로는 프랑스가 꼽힌다. 프랑스는 1993년 출산율 1.65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급락하자 출산장려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2008년 2.02명까지 끌어올렸다. 핵심은 역시 과감한 예산투입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아동복지 예산에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투자한다. 우리나라가 0.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한국보다 아동복지 지출비중이 낮은 나라는 미국(0.7%), 멕시코(0%)뿐이다.

프랑스는 임신·출산 비용을 사실상 국가가 다 부담한다. 영아를 둔 가정, 다자녀 가정, 미혼모 가정 등에 가족수당을 제공하고 자녀양육 때문에 직장에서 시간단축 근무를 하면 최대 6개월까지 보조금을 준다. 프랑스에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80%가 정부 혜택을 본다. '아이를 안 낳으면 손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 자녀가 있는 가구 가운데 세 자녀 이상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2.3%로 한국(12.3%)의 두 배다.

반면 일본은 프랑스와 대조적인 실패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정책을 연달아냈지만 '지속 가능한' 정책 풀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고, 결국 재정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오히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속 가능한 인구 솔루션 만들어라=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출발부터 늦은 편이었다. 1996년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던 정부는 2000년대 들어서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1.08명으로 떨어진 2005년 청와대 주도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위원회의 위상은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이명박 정부는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격하했다가 2012년 5월에야 다시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다.

정부는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어 '인구정책3개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회의로 미혼모에 대한 양육비 지원 등 장기간 고착화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정책 의지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구감소는 곧 인력부족, 소비감소, 나아가 기업과 국가의 미래로 직결된다. 여성인력 활용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여성경제활동이 늘어날 경우 한국의 노동력 규모가 2030년 5%가량 성장하고 고용률은 2017년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꺼번에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체계적인 활용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최나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직급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임금 등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며 "다양한 유연근무제·직무급제 등을 활용해 비용을 낮추면서도 고령자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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