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8일] 현대차 노사, 위기후 준비를

김동원(고려대 교수·경영학)

세계 자동차산업의 현재 상황은 위기ㆍ혼돈ㆍ기회로 요약된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는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주어 만년강자이던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미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극심한 엔고로 우등생 도요타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폭스바겐에 빼앗겼다. 국내에서도 쌍용자동차와 GM대우는 조업중단의 시련을 겪고 있다. 소형차중심의 폭스바겐과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 이후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사관계 혁신이 경쟁력 좌우
혼돈의 자동차산업에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은 현대자동차의 올해 노사협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24일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시작했다. 노조에서는 급여 4.9% 인상,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단체협약 유효기간 단축, 총 고용보장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1ㆍ4분기 판매대수가 약 13만대 줄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상황을 들어 위기극복을 위해 노사가 함께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사의 입장을 보면 풀기 어려운 사안들이 많아서 순탄하지 않은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전망을 할 근거도 있다. 임단협을 주시하는 안팎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 상견례에서 노사 양측은 경제위기를 맞아 임단협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짓기로 뜻을 모았고 과거와 달리 순조로운 합의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소모적인 협상과 명분 쌓기 투쟁보다는 고용안정과 잔업실시 등 실질임금 확보를 원하는 것이다. 1ㆍ4분기 실적악화와 노사가 공유하는 위기의식도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 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노사갈등이 비교적 잦고 노사관계로 인한 취약성이 큰 산업이다. 자동차는 경기부침에 따라 수요의 등락을 거듭하는 시장이므로 채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고용불안정으로 노사관계가 쉽게 악화된다. 또 노동집약산업이기 때문에 생산직 직원이 밀집해 일하고 단결이 쉬워 노조의 협상력이 강하며 사용자는 노사분규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자동차는 노사관계의 질이 생산성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로 알려진 현대기아차의 경우에도 노사관계의 혁신이 기업경쟁력의 획기적인 도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최근 현대기아차에서 노사관계개혁을 위한 실험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당시 17년 연속 분규를 기록했던 기아자동차는 누적되는 적자와 악화되는 현금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임원 연봉 20%를 반납했으며 노사협력의 상징으로서 노조위원장이 신차발표회에서 노조가 생산과 품질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한 데 이어 화성공장 생산직의 전환배치를 노사가 전격 합의했고 이는 경영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현대차 노사에서도 올해 초 ‘물량 노사공동위원회’ 에서 사업부 간 물량불균형 해소와 시장수요의 적기대응, 종업원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간 상설협의체 구성 및 운영에 합의했다. 이는 일부 사업부 간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거시적 측면에서 경쟁력 확보와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노사협력사례들이 단초가 돼 본격적인 노사파트너십으로 발전한다면 이는 경쟁력 강화와 조합원의 소득증대 및 고용안정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파트너십 발휘해 선두권 도약을
현재의 자동차산업 최대 혼돈상은 개개 기업에는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된다. 평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었던 시장점유율의 수직상승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로서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수십년에 한번 오는 기회일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노사관계 개혁은 이러한 꿈을 현실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는 예년과 같이 단기적인 목표에 집착하는 소모적인 교섭보다는 도약을 위한 장기전략적인 관점에서 교섭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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