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적 이창호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최철한은 중국의 신예 펑첸(��과 맞닥뜨렸다. 준결승은 3번기. 쌍방이 흑번을 이겨 단판 승부로 변했다. 다른 준결승 대국자는 송태곤과 창하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기사끼리, 또는 중국기사끼리 결승5번기를 두게 될지도 모른다.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잉창치배의 우승상금은 40만 달러. 한국은 제1회부터 계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1회는 조훈현, 2회는 서봉수, 3회는 유창혁, 4회는 이창호. 세계대회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병역이 면제된다. 최철한에게 있어서 이 대국은 그런 의미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19세의 소년에게 군대 3년은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복무기간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역시 3년 가까운 공백을 갖게 마련이니까. 펑첸은 최철한의 실전보를 많이 연구했는지 최철한의 전매특허인 소목을 역으로 들고나왔다. 백이 4로 가에 걸치고 흑이 나에 협공하면 최철한정석인데 최철한쪽에서 그 코스를 슬그머니 외면했다. “그 코스면 급전이고 그렇게 되면 이른바 ‘선착의 효’가 말을 하는 바둑이 될 것이다. 덤이 8집이나 되는 잉창치배에서 공연한 급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최철한의 생각 같다.” 백4로 지킨 수에 대한 서능욱9단의 해설이었다. 백10으로 단단히 이어 흑의 사나운 기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같은 작전의 산물. 차분한 계가바둑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바로 옆에서 동시에 치러지고 있는 송태곤과 창하오의 판도 양상은 마찬가지. 백번인 창하오가 집만 열심히 짓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