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업계 벤처기업. 필기구 시장의 무서운 아이들」한번만 살짝 눌러주는 것만으로 OMR 답안지에 정답을 표시할 수 있는 컴퓨터용 싸인펜 「컴펜」으로 화제를 모은 ㈜고구려문방(대표 양해석·37)을 가리켜 주변에서 부르는 말들이다.
지난해 3월 법인을 세운 뒤 고구려문방이 처음 컴펜을 낸 것은 그해 10월. 문구사업의 초년병들은 시판 3개월만에 35만여개를 팔았다. 최대의 대목인 11월 대입수능이 끼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영업망도 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제품력만으로 거둔 성적이다. 지난 1·4분기는 비수기였지만 그래도 서울 신림동 고시촌을 중심으로 10여만개가 팔려나갔다.
컴펜은 두께 2㎜짜리 펜촉을 달아 한방에 정답을 칠하도록 만든 아이디어 제품이다. 반대편에는 글씨를 쓸 수 있는 0.5㎜ 펜도 달았다.
양해석 사장은 『현 수능시험에서 찍어야 하는 점은 수험번호 등을 합하면 353개다. 컴펜은 하나에 1초면 되기 때문에 기존 싸인펜과 비교하면 약 10분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초 아이디어는 한 대학생이 냈지만 梁사장이 상품화했다. 특허(실용신안 제097566·097567호) 제품이며 생활용품시험연구원에서 「Q마크」도 받았다.
컴펜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디자인에 있다.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허리부분을 잘록하고 미끈하게 설계했다. 손에 잡기 쉽고 굴러떨어질 염려가 없도록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梁사장은 『진흥원이 지원한 400만원을 포함해 디자인에만 800만원을 들였다』며 『금형 등 생산시설까지 합하면 8,000여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로부터 디자인우수상을,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에서는 동상을 받았다. 올 2월에는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확인도 얻었다.
게릴라식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 각 시험장과 학교를 찾아 좌판을 벌이거나 여학생들에게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고 구전효과를 노렸다.
이제 남은 것은 아이템을 다양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일이다. 梁사장은 『컴퓨터용 싸인펜은 외국에서 수요가 많지 않아 형광펜과 삼색싸인펜같은 새상품을 개발했다』며 『일본·루마니아 등지로 수출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제법 유명한 영화의 조감독을 맡기도 했던 梁사장. 잘만든 상품은 영화한편과 같은 작품일 것 같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문구 진보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