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대미 견제를 위한 중·러 밀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22일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강화 및 이란ㆍ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강화가 겨냥하는 것은 미국의 일극(一極) 지배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에너지개발 등 상호실리를 추구하는 데 있다. 과거 ‘중ㆍ소 동맹’ 같은 군사동맹의 부활을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일본과 미국은 중ㆍ러 관계를 주시하며 양국간의 협력을 더욱 늘여나갈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의 4번째 방중이 하필 지금 시기에 이뤄졌는지 생각해보자. 중국으로서는 오는 4월 말 후진타오의 방미를 둘러싸고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와 급격한 군비확대에 초조해 하는 미국의 압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란ㆍ북한과의 관계가 좋은 중ㆍ러 양국이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연대하는 것은 미국의 강경책을 묶는 효과가 있다. 경제 면에서는 세계 제2의 석유소비국으로서의 중국과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면서 제2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의 상호 보완성이 매우 크다. 중국 측은 러시아가 계획 중인 동시베리아 송유관의 지선을 중국 내부까지 부설하는 프로젝트의 조기추진을 강력 요청했다. 이번 푸틴의 방중에서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에 대해) 뭔가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됐지만 제반 조건이 최종 타협을 어렵게 한 것 같다. 그 대신 푸틴 대통령은 동시베리아 송유관에 비해 자금부담이 적은 서시베리아로부터 중국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5년 내에 건설하겠다고 제시했다. 러시아에 있어서 중국은 최대 무기수출국으로 그 의향을 무시할 수 없다. 양국은 ‘중ㆍ러 밀월’을 연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호간 실리 우선의 비즈니스적 협력관계다. 외교 면에서도 일부에서는 중국이 대일본 외교에서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공동성명에서는 언급이 없다. 밀월이라는 것도 쌍방의 국익이 일치하는 분야에 한정돼 있는 것이다. 러시아 국민들은 중국에 대한 뿌리깊은 경계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러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무기까지는 중국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중ㆍ러 관계는 냉전시대 같은 철옹성은 아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한 묶음으로 강경 대처한다면 양국관계를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 문제별로 적절한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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