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 레오니트 후르비치 교수가 창시한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mechanism design theoryㆍ제도설계이론)’은 현대 경제학의 핵심 이론으로 자리잡은 ‘게임이론’의 하부 이론이다. 에덤 스미스가 도입한 완전 경쟁시장의 개념의 비현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부터 최근 개정된 우리나라의 대부업법의 효과에 이르기까지 최적의 산출을 얻기위해 필요한 제도적 규제, 또는 대안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측은 15일 후르비츠 교수가 창시하고 매스킨ㆍ마이어슨 교수가 발전시킨 제도설계이론에 대해 “경제학의 하위 분야 중 하나인 이 이론의 기초가 수립돼 현재 경제학과 정치학의 많은 분야에서 (제도설계이론이)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러시아 모스크바 태생의 후르비츠 교수는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지난 1990년 제도설계이론 확립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국가사회과학메달을 받았다. 미국 태생의 매스킨 교수와 마이어슨 교수는 각각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MIT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들은 게임이론 분야의 대가로 후르비치의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한림원측은 “이 이론은 시장경제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했고, 비대칭적인 정보 아래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원배분이 이뤄지는지 이해하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개정된 대부업법이 제도설계이론으로 설명된다고 지적한다. 최고 이자율을 4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은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을 방지하기 위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49% 이상의 금리를 주더라도 돈을 빌리려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대부업법 개정은 좋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법 고리사채를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최적의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 이는 기업 고용주와 근로자 간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바로 인센티브 제공 방식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가 대충 일을 해도 적당한 산출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고용주는 최적의 산출물을 얻기 위해 이른바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며 “이 같은 효과적인 거래의 룰을 제공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게 바로 제도설계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지도를 받은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설계이론은 개혁을 둘러싼 정부-국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논리적 구조를 찾아내고 가려내는 역할을 해왔다”며 “특히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반발이 뒤따르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어떤 답을 구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데 이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3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 14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편 연세대에 따르면 매스킨 교수는 연세대가 내년부터 운영하는 ‘SK 석좌교수제’에 따라 오는 2009년 가을학기에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 각 한 과목씩을 직접 가르칠 예정이다. 강의 주제는 제도설계이론을 포함한 게임이론 전반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