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무더기 접수에 대기업 거센 반발… 선정작업 산넘어 산

■ 129개 中企 적합업종 지정 요청<br>"조단위 시장도 넘기나" 재계 불만… 시장경쟁력 저하 우려 목소리도<br>기업규모·OEM생산 포함 여부등 구체 심사·점수기준도 마련 못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주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접수를 마치고 분석작업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신청접수 결과 사실상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대부분 업종에서 신청이 들어와 신청 자체에 큰 의미가 없을 정도인데다 품목마다 시장환경이 달라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기대도 커 양자 사이에서 어떠한 절충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적합업종 신청품목…'없는 게 없네'=적합업종 신청현황을 보면 식품에서는 김치·간장·된장·고추장·두부·탁주·녹차·콩나물 등이 대거 접수됐다. 식품과 함께 중기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관심을 끈 세탁비누와 부동액, 계면활성제, 재생타이어, 플라스틱병, 레미콘, 마루용 판재, 콘크리트블록, 도금, 주물, 판금 등도 대거 신청 리스트에 올랐다. 전자제품 중에서는 데스크톱PC, 차량용 블랙박스, 위성방송수신기, 폐쇄회로카메라(CCTV), 내비게이션, LED등, 가정용 전기청소기 등이 신청됐고 선글라스와 안경테도 접수됐다. 신청품목 수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동반성장위가 출하량 기준 1,000억∼1조5,000억원, 중소기업 수 10개 이상인 업종으로 신청을 제한하는 '컷오프'를 없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거센 반발=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30일 동반성장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현황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단위에 이를 정도로 시장규모가 큰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등의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레미콘ㆍ아스콘ㆍ데스크톱PCㆍCCTV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를 꺼리면서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알려진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살펴보면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는 업종은 모두 신청한 것 같다"며 "무슨 콩나물 시장도 아니고 시장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업종도 중기 적합업종으로 해달라고 신청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 업종의 경우 오히려 중기 적합업종이 아니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차량탑재용 내비게이션의 경우 중기 적합업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최근 차량에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은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오디오ㆍ비디오와 결합된 정보 시스템의 일부인 만큼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쉽사리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시장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ED조명사업에 진출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LED조명은 백열등이나 형광등 같은 조명과 전혀 다른 디지털기기인 만큼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에서도 필립스ㆍ오스람ㆍGEㆍ도시바 등 대기업들이 LED조명사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진출하고 있다"면서 "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기업 진출을 무작정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ㆍLGㆍ포스코ㆍ롯데ㆍ한화ㆍ현대백화점그룹 등이 LED조명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LED사업을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선정했으며 LG그룹 역시 그린 2020 전략을 통해 LED사업 확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아직 선정기준 마련도 안 돼=위원회는 6∼7월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오는 9월부터는 심사가 끝나는 업종ㆍ품목부터 차례대로 발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대부분 업종에서 신청이 무더기로 접수됨에 따라 기한을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기업규모를 정할 때 중소기업기본법상 종업원 수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할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기업집단으로 할지도 논란거리다. 식품업계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일부 있어 이들 기업에 어떤 잣대를 적용해야 할지도 위원회로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 또한 위원회는 대기업의 사업제한 범위와 관련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수출용 생산을 허용할지도 결론 내야 한다. 대기업들은 OEM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적합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들은 OEM도 막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위원회는 더욱이 중기 적합업종 심사와 관련한 항목별 세부점수 기준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정수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칼로 무 베듯이 나눌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싶다"며 "도대체 어떤 업체를 대기업으로, 어떤 업체를 중소기업으로 볼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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