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는가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의 퇴진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주변 인물들의 부동산 투기와 아들에 대한 인사 청탁 의혹으로 오랜 공직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했다.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어 이달에만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3명이나 중도 하차했다. 서울대 총장 재직 당시의 석연치 않은 처신과 장남의 병역 의혹에 부동산 투기와 불성실 재산 신고 의혹까지 겹쳐 지난1월 초 임명 사흘 만에 낙마한 이기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합하면올 들어 4명째다. 이들의 후임으로 추천되거나 검증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행적이 불거지는 통에 감투는 써보지도 못하고 망신만 당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누구를 믿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국민의 입에서 "우리 나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임)'라는 게 없는가?"라는 자조가 쏟아져나올 판이다. 특히 부동산정책을 주무르던 이전 부총리와 강 전 장관마저 투기 의혹에 휩싸인 데에는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고위 공직자들이 직책을 이용해 재산 증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의 재산 변동 내역 공개를 통해 부동산이 부동의 `재산 증식 수단 1위'로 자리매김한 것도 정책 입안이나 집행 과정에서 미리입수한 정보 덕분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오죽하면 시중에는 전문 투기브로커들이 공무원들을 끼고 개발 정보 등을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까지나돌겠는가. 만의 하나라도 이런 일들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놓고 있는 셈이다.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기는커녕 앞장서서 탈법과 비리를 저지르는 사회라면 희망이 없는 사회다. 부(富)는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못지 않게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그 사회의 문명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란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냐를 따지기에 앞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부터 뿌리내리도록 힘써야 한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서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상속세 폐지를 공약하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회장과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등 재계 거물들이 들고 일어나 맹렬히 반대했고 부시 후보가 당선된 후에도 끝까지 저지한 것은 `책임 있는 부자'의 모습을보여준 좋은 예로 우리 나라의 사회지도층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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