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번역(translation)'이라는 말은 '강 건너편에 닿는다', '강 건너로 실어 나른다'라는 어원에서 비롯됐지만 동양에서 '번역(飜譯)'은 '뒤집는다'는 뜻이 강하다. 그래서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번역인가 반역인가', '번역과 한국의 근대'등 번역 관련 서적과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등 30여 편의 영문학 작품을 번역해온 영문학자 김욱동 한국외대 교수가 번역에 대한 이론적 탐색을 담은 책 '번역의 미로'를 펴냈다. 김 교수는 현장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부딪혔던 번역의 철학적ㆍ기술적 문제들을 12개의 질문으로 나눠서 정리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어떻게 번역을 해 나갈 것인지 모색한다. 저자는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해 세 가지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국어에 대한 편견, ▦번역을 암호 해독 행위로 간주하는 태도, ▦완벽한 번역에 대한 그릇된 믿음 등이 그것이다. 그는 "번역가라면 모국어와 외국어를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이중에서 어느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외국어를 희생하는 쪽이 더 낫다" 영국의 비평가 존 드라이든의 말을 인용해 모국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번역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들도 다룬다. 가령 번역이 '예술인가 기술인가'에 대한 논란, '형식적 등가로 번역할 것인가, 역동적 등가로 번역할 것인가' 등에 대해 견해를 조율하고 균형점을 모색한다. 또'다빈치 코드', '해리포터' 시리즈 등 많은 사람이 읽은 대형 베스트셀러 문학에서 어떻게 잘못된 번역이 발생했는지도 살펴본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