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궐기대회‥방송사들 잇단 폐지 반발지난주 금요일 오후2시, 서울 종묘공원 국악정에서는 국악프로 보존을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SBS, MBC, EBS 등 주요 방송사들이 잇달아 국악 프로그램을 폐지함에 따라 전국 국악인과 연맹 산하 21개 노동조합이 모여 국악 프로그램 부활 및 편성조정을 위한 투쟁을 선언한 결의 대회였다.
지난 3월 SBS는 국악프로그램인 '정겨운 우리가락'을 폐지, 국악 프로그램이 전무한 방송사가 됐으며 EBS 역시 외국어 전문채널을 표방하며 FM의 '우리가락 노랫가락'을 봄 개편시 폐지했다.
또 MBC AM은 '좋은 아침 우리가락'(일 5시5분~6시)를 폐지하고 5분짜리 프로그램인 '한국민요대전'(5시55분~6시)만을 주 6회에서 7회로 변경한 상태고 세계 각국에 방영되는 아리랑TV에도 독립적인 국악 프로그램이 없다.
행사에 모인 500여 국악인(연맹 추정)들은 당초 예정돼 있던 평화적 시위를 생략한 채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국악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행사를 이어갔다.
각 순서가 끝날 때마다 들리는 '국악을 살립시다'라는 외침과 머리에 두른 '근조국악(謹弔國樂)'의 검은 띠, 그리고 나부끼는 각 산하 연맹의 깃발을 제외한다면 결의대회인지 국악한마당인지 솔직히 구분이 어려웠다. 빽빽한 관중속에서 국악가락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추는 어르신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시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최무칠 예능인노조 위원장은 "일본 프로그램은 자꾸 내보내면서 국악 프로그램을 없애기에 급급한 현실을 어찌 해석해야 하느냐"며 "국악 프로그램이 다시 생길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여러 방송사들이 최근 개국, 수도권 지역에서 방송되는 국악 FM방송(99.1㎒)에 국악 프로그램 송출 역할을 떠넘기며 시청률을 이유로 삼는 것에 대해 "우리 음악을 논하면서 시청률만을 생각해선 안 된다"며 "국악을 자꾸 접하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세대에서 국악의 맥이 끊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악인들은 공짜로라도 국악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우리 음악을 알릴 기회를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득 언제부턴가 위성방송을 통해 꾸준히 중계되기 시작했던 일본의 스모경기가 생각났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해 채널을 돌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진지한 태도가 눈에 들어왔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에게도 관심이 갔다. 하여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에서부터 경기 규칙, 살을 찌우는 비법, 나중엔 선수들의 위계 질서 및 생활상까지 궁금해졌다. 이를 아우르는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이해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문화란 그런 것이 아닐까. 자주 접하다보면, 눈에 익어진만큼 익숙해지는. 하믈며 본시 우리 것임에랴. 시청률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만을 서두르거나 편성의 사각지대에만 배열하는 현 모습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켠에서 '우리도 시위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주먹을 쥐는 시늉을 하는 사물놀이의 명인 김덕수씨와 투쟁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한(?) 시위를 하고 있는 국악인들을 보니 더욱 그러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