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500조엔(2경544억원)을 주무르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에서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 이를 고수익 해외시장에 베팅하는 일반인 투자자를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으면서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온 중국과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이 이들의 주요 타깃으로 분류된다.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브라질과 달리 최근 중국에서는 경기반등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와타나베 부인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예상돼왔다.
하지만 지난 9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에 이어 중국 내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갈등이 격화하면서 와타나베 부인의 마음은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노무라증권은 "일본 외환 투자자들의 중국 위안화 선호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 업체 리퍼에 따르면 일본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상하이증시에 대한 총 670억엔 규모의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7월을 마지막으로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하는 역외 위안화표시채권)'시장에 발을 끊었다. 영토분쟁 이후 정신 없이 당하기만 하던 일본이 와타나베 부인을 앞세워 마침내 역습에 나선 셈이다.
도쿄 미쓰비시은행의 클리프 탄 동아시아 수석연구원은 "일본 투자자들의 감정이 (투자철회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부인과 더불어 일본 기업들도 중국 투자를 보류하거나 아예 철회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요타의 부품공급 업체인 고이토제작소는 중국 공장 확장공사를 최근 중단했고 도요타이어와 스미토모전공 역시 중국시장 확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10일 27억달러(3조원)의 인도네시아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중국시장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는 마련해두겠다는 얘기다.
홍콩과 대만에 이어 대중국 투자 3위 국가인 일본이 중국에서 손을 떼면 중국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무역진흥회(JETO)에 따르면 일본의 대중국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126억달러로 전년 대비 74%나 뛰며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중국 투자위축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기 권력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증시부양에 드라이브를 걸거나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경우 와타나베 부인의 공습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