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래 자동차, 스마트보다 안전이 먼저-황순하 UL코리아 사장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이어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의 발전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30년도 채 안 된다. 이에 비해 자동차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려 보인다. 하지만 사소한 오류에도 치명적인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자동차이기에 과감한 혁신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IT와 전자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마침내 자동차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용자 편리성에서 자동주차 기능이나 사각지대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알려주는 기능(blind side detection),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자동으로 정속(定速)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과 같은 기능들이 이미 상용화됐다. 나아가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 업계를 지배했던 내연기관의 패권도 흔들리고 있다. 해외에서 '닛산 리프'나 테슬라 '모델S'처럼 대중화 단계에 진입한 순수 전기차, 일명 BEV(battery electric vehicle)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은 운전 자체의 개념도 바꾸고 있다. 운전자가 없이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무인운전 기술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면 오는 2020년쯤 본격적인 무인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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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즐겁게 받아들이기에 앞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키워드는 역시 안전이다. 사람이 탑승하는 자동차는 다른 그 어떤 제품들보다 생명과 직접 연결돼 있고 항시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에 대한 안전은 주행 상황에서의 안전은 기본이고 다양한 형태의 사고 상황에서도 추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돼야 한다. '커넥티드 카'로 대변되는 스마트 자동차 기술 역시 마찬가지로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자동차와 자동차, 스마트 기기와의 연결은 이전에 없던 편리함과 효율을 제공하지만 통신, 호환성과 보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상 이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7월 미국 IT 전문지인 와이어드 기자를 대상으로 2명의 '착한' 해커들이 기자가 운전 중인 지프 '체로키'를 해킹한 적이 있다. 이 해킹을 통해 해당 자동차의 가속은 물론 정지·방향전환 등이 모두 마음대로 조종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자동차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함에 있어 돌다리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신중함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오랜 기간 자동차 업체들은 안전을 기반으로 수많은 자동차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첨단 IT 기술과의 만남은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우리 생활에서 필수 아이템이 된 자동차가 앞으로의 스마트 시대에도 계속 안전한 친구로 우리에게 많은 가치와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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