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박원순 시장의 소통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호가 출범한지 보름이 돼간다. 박 시장은 당선 후 바로 노량진 시장, 환경미화원, 노숙자 상가를 방문한 데 이어 시청 서소문 청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뉴타운 반대 시위자들을 직접 만나 수일 내 대표자 면담을 약속하는 등 이전 서울시장들이 보여준 행보와 확연히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그동안 익히 알려진 것처럼 시민들과 스스럼없는 소통으로 남다른 모습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달 초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취임 후 6개월이라는 허니문 기간이 있는 게 아닌가요"라며 애써 시정에 대한 어려움과 고단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무상급식 선거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반짝 등장한 박 시장에 대한 시중의 기대감이 그에게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실해 보였다. 짧은 기간 동안 서울시민들을 만족시킬만한 묘안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10일은 박 시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직접 설명하는 날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펼쳤던 각종 정책과 공사들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거나 정리하는 대신 그만의 '시민 중심의 시정'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다.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분초를 아껴가며 시민ㆍ자문단ㆍ시청 공무원 등을 만나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정리한 서울 시정이 시민들에게 평가 받는 첫 시험을 맞는 셈이다. 박 시장은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현실화, 복지예산 확대 등 그동안 주장해온 정책들을 내년 예산안에 고스란히 반영하겠지만 이 정도로 서울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한정된 서울시 예산이 가지는 재원적 한계와 3년도 되지 않는 재임기간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활발한 소통이 자칫 지나친 기대감을 낳아 그를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우려된다. 기대가 만족되지 않을 경우 실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소통의 노력 못지않게 한계에 대한 솔직함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 시장이 그토록 비판해오던 기존 정치인의 '공약(空約)'을 스스로 재연할 경우 발생한 후폭풍은 상상하기도 싫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