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AFL-CIO의 분열

<인터내셔널헤럴드 트리뷴 7월28일자>

미국 최대 노조연합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분열이 미국 노동운동의 종말이라는 식의 해석은 듣기 거북하다. 특히 이 연맹의 완전 해체를 바라는 이들이 유쾌한 어조로 이런 말을 할 때 더욱 듣기가 괴롭다. 계층간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자들의 대변인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FL-CIO가 영향력을 잃어왔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언론에도 자주 인용됐던 통계 결과지만 현재 민간기업 영역에서 노동조합에 가입된 근로자 수는 8%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술 발전, 국제적인 경제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AFL-CIO는 작업장에서나 정치판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는 AFL-CIO의 양대 가입 노조인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IBT)이 공식 탈퇴를 선언해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들 노조는 노조원 수만 각각 180만명과 140만명에 달해 이들의 탈퇴가 AFL-CIO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모든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출범한 AFL-CIO는 자동화와 세계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일자리 상실 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노동운동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집단이기주의적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극도로 적은 임금을 받거나 대변자가 진실로 필요한 비노조원들에게 노동조합의 관심이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세련된 방식의 혈기 넘치는 노동운동이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만약 AFL-CIO가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소원이 성취될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따라서 AFL-CIO의 내부 분열이 평화롭게 종식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AFL-CIO의 비효율적인 관료 시스템이라든가, 무의미한 정치적 전략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바로잡혀야 한다. 연맹의 개혁은 그것의 존속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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