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독감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아이와 함께 서울 마포구의 한 내과를 찾은 직장인S씨는 헛걸음을 해야 했다. 평소 이용하던 의원이 문 앞에'당분간 토요일 쉽니다'이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붙인 채 문을 닫은 것이다. 옆 빌딩의 내과도 휴진을 하고 있어 S씨는 3번 만에 겨우 문을 연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S씨는 "의사들도 쉬고 싶다는 말은 이해하는데 대부분 직장인들이 토요일 오전 겨우 짬을 내 병원을 찾는 걸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낮은 진료비 체계의 개선을 요구 하며 토요일 휴진 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첫날인 24일. 모든 의료기관이 휴진을 실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의료기관이 휴진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전국 2만7,000여 개 동네의원과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24일 토요 휴무 참여율이 51%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동네의원의 90% 이상이 토요일 문을 열고 진료를 해왔다.
다행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실제 체감하는 토요 휴진율은 그보다는 다소 낮았다. 서울경제신문이 직접 서울과 경기 각지의 개인의원 20여 곳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2~3곳 꼴로 토요일 휴진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의료기관 대부분이 전철역과 번화가 인근 등에 밀집해 있어 평소 방문하던 의원이 휴진을 실시한다고 해도 곧바로 인근의 다른 의원을 찾을 수 있었다. 대학병원 등 대형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공의들도 대다수가 정상 근무를 하고 있어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다만 소아과∙산부인과 등 급한 주말 환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는 진료과목의 의원도 휴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휴진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의사 파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시민들의 불편은 적지 않았다. 병원 문 앞까지 와서야 휴진을 알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낮은 진료비 수가체제의 개선을 요구하며'하루 8시간 근무, 토요 휴진'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측 변화가 없다면 17일부터는 무기한 전면 휴∙폐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파업을 전제로 한 일방적인 요구를 무작정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사들의 토요 휴진 투쟁은 다음주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의협 측의 전망이다. 의협 측은 "당초 10% 정도로 예상했던 초기 참여율이 50%까지 높아진데다 이번 토요 휴진에 동참하지 못한 전공의들 역시 병원, 교수 등 전체 의사가 참여하면 의협의 대정부투쟁에 따르겠다고 뜻을 모았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휴진 참여율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