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3월 3일] 국유화가 끝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 3월 2일자)

금융기관은 공기업인지 사기업인지 그 성격이 모호하다. 최근 들어서는 중앙은행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이후부터는 각국 정부가 주요 금융기업의 채권을 보증해주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주요 금융기업을 국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호응하듯 씨티그룹 지분을 최고 36%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국유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기업 지분만 갖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세계경제는 또다른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므로 각국 정부는 주요 금융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지원사격을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금융기업의 파산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기업 국유화를 통해 이들의 회복을 도와야 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현재 이 같은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다. 오히려 또 다른 기관이 나서 FDIC를 떠받쳐야 할 지경이다. 이 때문에 정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든 금융기관이 실물경제에 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자체적인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자본을 축적하다가는 결국 경제위기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이들 금융기업이 시중에 충분히 돈을 풀고 있는지 파산 위험을 숨기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지분을 사들이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만일 정부가 금융기업에 충분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자산 보증이나 배드뱅크 계획은 악성 자산의 ‘전염’을 막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금융기업의 비유동성 악성 자산의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진다. 자산가치 책정만 없다면 국유화된 금융기업을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나누기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 자산을 단순히 몰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유화에는 필연적으로 악성 자산의 가치 책정 과정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유동성 자산의 가치 책정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않는 이상 금융기업 국유화는 정체가 모호한 미봉책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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