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애리조나 총격에 휘청거리는 미국

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총격으로 6명이 죽고 14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가브리엘 기퍼즈(민주당) 애리조나주 하원의원이 인근에서 지역 주민들과 모임을 갖던 중 괴한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미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총기사고로 미국에 뿌리 깊이 박힌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정치 분열 갈등이 더욱 심화될까 우려된다. 총기를 난사한 범인에 대해 알려진 사항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가 현역 의원을 조준한 것으로 미루어 정치적 동기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돌풍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주에서 재선출된 기퍼즈 의원은 건보개혁 지지를 공공연히 밝혀 기습 공격 위험에 노출돼 왔다. 그녀의 사무실 기물들은 반달리즘에 의해 파괴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보수주의 유권자 조직 '티파티'를 이끌고 있는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퍼즈 의원을 비롯해 건강보험개혁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을 '살생부' 항목에 올리고 이들의 지역구를 사격 과녁 모양으로 표시하기까지 했다. 홈페이지의 캡션에는 "행동에 옮길 때"라고 적혀있다. 페일린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의식한 듯 기퍼즈 의원의 가족과 다른 희생자들에게 조문을 표했다. 그러나 미 정계의 폭력적 대립 양상이 이런 애도의 한 마디로 일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당의 과격 행동주의자들은 늘 격렬한 말을 사용해 서로를 맹렬히 공격해 왔고, 양당 수장들은 매번 이러한 고리를 끊는데 실패했다. 이성적으로 토론에 나서야 한다는 주위의 간곡한 부탁들은 정치적인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정적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곧 정치의 속성이었고 상대방은 타협할 수 없는 악마로 인식됐다. 활발한 토론은 민주주의의 필수요소지만 폭력적 언어로 가득한 논쟁은 폭력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특히 총기 휴대가 합법인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양당의 현명한 정치인들은 정치 논쟁에서 폭력적 행위와 선동적 언어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우며 이성적 대화 단절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인들은 양당간에 뿌리 박힌 비난과 증오를 해소하고 결속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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