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2월 23일] 현대重노조 '무교섭 선언'의 향방

단일 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노사협상을 회사 측에 백지위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골리앗 크레인 농성’ 등을 통해 국내 최강성 노조로 악명이 높았다. 이 같은 현중 노조가 지난 14년간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에 이어 노사협상 백지위임이라는 카드를 내놓자 국내 노동계에 또 한번 획을 긋게 됐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세계 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극심한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향후 3년간 수주물량을 확보, 당분간은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정확히 5개월 동안 신규 수주물량이 전혀 없는데다 향후 세계 조선시장 상황도 갈수록 불투명한 실정이어서 경영위기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중 노조가 노사협상의 회사 위임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현대중공업이 ‘노사 상생 기업’임을 뛰어넘어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최근의 노조운동 경향을 극명하게 깨우쳐주는 좋은 본보기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현중 노조의 ‘백지위임’ 방침은 오종쇄 위원장이 전체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왔다는 지적도 있어 ‘옥의 티’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집행부의 이번 무교섭 방침이 조합원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오 위원장이 지난 19일 경주에서 열린 노조간부 특강에서 올 노사협상을 무교섭으로 끝내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이 잇따라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노조집행부도 현장 노조원들의 이 같은 문제제기로 지난주 말이후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대책마련에 부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간부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있기도 전에 무교섭 선언이 알려지자 의견수렴과 발표 등 절차상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노조 집행부가 난처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중 노조가 일부 노조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이번주부터 진행될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무교섭 방침’을 순조롭게 확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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