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베 담화, 책임회피로 일관… 실망스럽다"

'지일파' 블레어 사사카와평화재단USA 이사장 쓴소리





일본 대미 로비의 대표 창구로 알려진 사사카와평화재단USA의 데니스 블레어 이사장이 지난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책임회피로 일관한 실망스러운 문서"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실이 30일 밝혀졌다. 미 국가정보국장 출신으로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알려진 블레어 이사장은 8월 '아베 담화' 발표 직후 재단 홈페이지에 이 같은 논평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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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카와평화재단USA는 일본의 A급 전범 용의자 출신 기업인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1990년 워싱턴DC에 설립한 싱크탱크로 일본 관련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주관·후원하며 미국 정가에서 '친일 여론'을 형성하는 데 앞장서왔다. 블레어 이사장은 올해 초 한 세미나에서 "일본이 과거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 당시 아주 무자비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해 일본의 전범 행위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처럼 일본의 논리에 동조해온 그가 최근 아베 담화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레어 이사장은 논평에서 아베 담화가 "20년 전 무라야마 담화에 크게 못 미쳤다"고 총평하면서 짧지만 강력한 문장으로 일본의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반성과 사죄를 표현한 무라야마 담화와 달리 아베 담화는 "장황하고 두서없는 변론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라야마 담화가 '나는 통절한 사죄를 말한다'는 식으로 분명한 대상을 갖는 능동태 문장을 사용한 반면 아베 담화는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는 식으로 "익명의 수동적 목소리에 호소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했다"고 혹평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일본을 다시 국가주의적이고 군국주의적인 길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의 지도자들은 일본인들이 자국의 과거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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