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 좋지만 입부터 열어라.' 알제리전 필승을 선언한 홍명보호에 떨어진 특명이다.
2회 연속 월드컵 16강을 1차 목표로 잡은 축구대표팀은 알제리(FIFA 랭킹 22위, 한국은 57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을 앞둔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결전지인 포르투알레그리에 입성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대1 무승부로 소기의 성과를 올린 대표팀은 오는 23일 오전4시 포르투알레그리 에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아프리카 복병 알제리와 16강 티켓이 걸린 일전을 벌인다. 급한 쪽은 벨기에에 1패(1대2)를 당한 알제리지만 한국은 마지막 경기는 없다는 각오로 승점 3에 모든 것을 던진다는 자세다.
포르투알레그리로 이동하기 전인 20일 이구아수 베이스캠프에서 진행된 2차전 대비 훈련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시끌벅적했다. 선수들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동료들과의 완벽한 호흡을 위해 발 맞추기 못지않게 '입 맞추기'에 열을 올렸다. "헤이, 헤이! 말하자, 말하자!"라며 서로 독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선수는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감독님이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오른쪽VS오른쪽=오른쪽을 뚫고 오른쪽 공격수를 봉쇄해야 이기는 경기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과 '알제리의 지단' 소피안 페굴리(발렌시아)의 싸움.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날개 이청용은 벌써 A매치 56경기(6골)를 뛰었다. 6골 가운데 2골을 월드컵 본선에서 넣어 '고기 맛'을 안다. 1골만 더 넣으면 안정환·박지성(이상 3골)과 함께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 골 타이기록이다. 러시아전에서 풀타임을 뛴 이청용은 20일에는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와 함께 운동장 몇 바퀴를 걷거나 천천히 뛰는 것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피로도가 높다는 증거. 혹시라도 이청용이 빠지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알제리의 주요 공격패턴은 왼쪽 수비수 파우지 굴람(나폴리)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오버래핑이다. 돌파력과 넓은 시야, 빠른 패스 타이밍을 갖춘 이청용이 있어야 역습 기회가 왔을 때 굴람이 비운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페인리그 발렌시아에서 지난 시즌 7골 8도움을 올린 주전 미드필더 페굴리는 오른쪽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공격 진영을 휘젓는 스타일. 벨기에전에서 침착하게 페널티킥 선제골에 성공하기도 했다. 측면부터 길을 막고 페굴리를 붙들어놓아야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1차전에서는 윤석영(퀸스파크)에 밀려 벤치를 지켰지만 2차전 출전 가능성이 있는 왼쪽 수비수 박주호(마인츠)는 "알제리는 개인기술에 의한 돌파나 짧은 원투패스를 이용한 공격패턴이 많다. 작은 위기라도 잘 막아 실점을 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점VS약점=한국은 러시아전에서 후반 29분, 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 후반 25분과 35분에 골을 내줬다. 후반 중반을 넘어서면서 집중력이 저하된 탓이다. 한국과 알제리 모두 교체 선수에게 당했다. 경기 막판 집중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어느 쪽이 더 확실히 씻어냈느냐도 2차전 승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첫 경기 실점도 조직적인 면에서의 실수는 아니었다. 경험 많은 선수가 많이 없었는데 첫 경기를 잘 넘겼으니 알제리전은 무실점으로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도 "(러시아전에서는) 미드필드에서 공을 뺏으려고 덤비다가 상대에게 찬스를 주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그 때문에 감독님은 중앙 수비수를 도울 수 있는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며 "2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