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땅투기 조장하는 정책

이종배 기자<부동산부>

부동산 관련 서적을 보면 땅값은 그 위에 들어설 건물의 용도와 용적률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나와 있다. 공장보다는 상업용 시설을 지을 땅이 비싸며 용적률이 100% 적용되는 곳보다 500%까지 가능한 곳의 땅값이 높게 마련이라는 것. 경기도 땅값에 영향을 준다. 아파트 분양이 잘될 때는 땅값이 비싸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가격이 떨어지는 게 순리상 맞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제상황과 시장원리를 감안하면 현재의 땅값은 하락 또는 보합세를 보이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땅값은 지금 강보합 또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역세권이라면 위치 및 건축규제에 상관없이 평당 3,000만원선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땅값이 현실에 맞지 않게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보니 기형적인 개발계획도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를 마냥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상가 분양가격을 높게 책정, 수익을 맞추고 있는 것. 공공택지지구 내 택지공급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전반적인 땅값 상승으로 토지수용에 따른 비용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선보인 수도권 공공택지지구의 경우 용적률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경제가 저성장시대에 진입하는 등 현실 여건을 감안해볼 때 현재의 시세대로 땅을 사서 공장이나 아파트 등을 건설할 경우 전혀 채산성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땅값 강세 이면에는 정부정책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개발부담금(올해부터 부과중지)과 같이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에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논ㆍ밭 등은 제외됐다. 올해 최고의 재테크 상품으로 토지가 꼽히고 있다. 이는 시장이 정부정책의 흐름을 간파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용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공(公)개념이 더욱 강조되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주택보다 토지다.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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