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르네상스 상인들의 상상력이 새로운 시대 열어"

"정치ㆍ경제적 맥락에서 르네상스 이해할 수 있어야 창조력 키울 수 있어"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출간한 성제환 원광대 교수


“르네상스 시대는 상인이 주도했던 시기였지만 당시 그림이란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었죠. 그런데 왜 사람들은 서양문화의 근원인 르네상스를 예술 작품으로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입니다.”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를 취득하고 게임산업개발원장, 원광디지털대 총장 등을 지낸 성제환(사진)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학도의 눈으로 르네상스를 풀어낸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문학동네 펴냄)’의 출간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가 르네상스에 관심을 둔 계기는 2002년 게임산업개발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예술이 국가의 자본이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추정에서 비롯됐다. 성 교수는 “2002년 당시에는 문화에 경제학적 논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며 “근대 이후 인류의 문명이 진(眞)→선(善)→미(美)의 순서대로 진화하고 있다. 진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 연구하는 과학의 시대였다면 선은 과학을 통해 밝혀진 학문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응용하던 시대였는데 이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증적으로는 문화경제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고 여긴 성 교수는 원광대로 자리를 옮긴 후 연구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그의 눈에는 르네상스시대 피렌체를 좌우했던 상인이 들어왔다. 성 교수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구할 때 대부분 근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학도 국부론이 마치 그 시작인 것처럼 연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우리가 사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에 묶여 상상력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근대와 달리 르네상스는 상상력의 시대”라면서 르네상스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뉴턴의 천체물리학이 금서(禁書)로 치부됐던 헤르메스 전서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헤르메스주의에서는 인간을 죄인으로 보지 않았어요. 되레 하느님이 우주의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주면서 우주가 7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죠. 뉴턴의 천체 물리학의 시작은 바로 헤르메스 전서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이어 “르네상스는 수도원이 다스리던 중세를 벗어나 상인들이 주인인 시대”라면서 “어떻게 국가를 운영해야 할지 몰랐던 상인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고 시대가 원하는 법률과 국가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상인들이 어떻게 예술과 철학을 이용해서 새로운 시대를 탄생시켰는지 그 창조력의 배경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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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교수는 범 국가적인 인문학 부흥의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피렌체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상인 출신이었던 메디치 가문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르네상스의 예술작품에는 당시의 상인들이 어떻게 시대를 이끌어나갔는지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있습니다. 인문학을 단순히 학문적인 연구나 화가의 예술적 천재성에 대한 평가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인 맥락을 씨줄과 날줄 삼아 함께 연구해야 르네상스의 핵심인 상인들의 창조력과 상상력의 배경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지요.”

성 교수의 주제는 창조력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창조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 근원은 고대에서 찾아야 합니다. 현대인은 육체가 옛날보다 건강하지만 행복의 기준은 늘 과거에 있지요. 우리가 동경하던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그리스 로마로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인간은 미래의 행복한 모습을 과거에 투영하게 됩니다.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고대에서 창조력의 근원을 찾아 르네상스 시대의 상인들이 어떻게 창조력을 발휘했는지에 주목하면 창조경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요.”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집필을 준비했던 지난 5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성 교수는 “르네상스 상인들에 파고들기 위해 술과 담배 그리고 골프를 끊을 정도였다”며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은 단행본을 직접 구입해서 자료를 확인하고 논문을 찾아 시대적 배경과 그 원인을 찾아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늘 할 일이 있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날 정도였다”며 웃었다.

그는 350년간 번성했던 메디치 가문을 주제로 다시 책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성 교수는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투자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있는데 가문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 책은 드문 것 같다”며 “메디치가는 어떻게 투자를 해서 재력을 키웠는지 그리고 벌어들인 돈은 어디에 투자하고 그들의 소셜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했으며 학자와 예술가는 어떻게 후원했는지에 대해 알아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행복했던 지난 5년을 떠올리며 성 교수는 또 다른 행복의 여정을 기획하고 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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