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국가 순방의 마지막 기착지인 인도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를 찾았다.
17일 CCTV 등 주요 외신들은 시 주석이 이날부터 19일까지 2박3일의 인도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모디 총리의 64번째 생일이다. 모디의 생일에 그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서 순방을 시작한 것은 시 주석이 인도와의 관계개선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정상은 아메다바드시의 한 강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만찬회동을 포함해 두 차례 회담을 하며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대화할 예정이다.
특히 시 주석은 정상회담 과정에서 최소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보따리'를 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도 언론들은 중국이 50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스마트시티 사업, 고속철도 건설 및 원자력 협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은 중국과 인도의 관계개선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발전과정에서 중국은 인도와 함께 서 있겠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 역시 중국의 '구애'에 화답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참여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큰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설립을 추진하는 아시아 지역 국제금융기구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영토분쟁 등 껄끄러운 문제들이 남아 있어 양국 간 협력 분위기가 일시적인 바람에 불과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은 일본·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며 인도 역시 투자유치 이상의 논의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정치컨설팅 업체 메이플크로프트의 아르빈드 라마크리스난 인도지사 대표는 "양국 정상의 만남이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디 총리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산에 대항해 일본·미국과 유대를 강화하는 데 훨씬 더 관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 16일 스리랑카를 찾아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은 스리랑카의 콜롬보 항구도시 공동건설 프로젝트에 1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중국 인민은행과 스리랑카 중앙은행 간 1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다. 중국은 인도양의 주요 항구를 하나씩 꿰어 연결하는 '진주목걸이' 외교전략을 위해 스리랑카에 대한 지원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