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민ㆍ군기술협력과 창조경제


아프리카 마사이족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창조경제 실현과 민ㆍ군기술협력 활성화를 연계해 생각해보면 이 속담이 우리 과학기술의 과거와 앞으로 방향성을 잘 나타내는 것 같다.

그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국방과 민간 부문이 각각 열심히 노력한 결과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966년, 국방과학연구소가 1970년 각각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선 지 40여년 만에 민간기술의 경우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국방과학기술은 자주국방 역량 강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선진국 민·군 손잡고 새시장 창출

그러나 이제 '빨리 혼자 가는 방식'은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일자리 창출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는 창조경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현재의 수준에서 벗어나 '멀리 가기 위해서' 함께 가는 것을 고민할 때이고 민ㆍ군기술협력은 창의력에 기반한 고용창출이라는 창조경제 실현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 등 과학기술 선진국은 일찍이 이러한 점에 착안해 민ㆍ군기술협력을 통해 국방력을 증강시키고 경제ㆍ산업적 효과를 창출했다. 미국은 민간의 전파 흡수 도료 기술을 국방에 활용함으로써 스텔스 기술을 탄생시켰으며 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자레인지와 인터넷ㆍGPS 등은 국방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캡슐내시경ㆍ의료정밀기기 등은 국방기술을 활용한 민간 벤처창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군 수요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민ㆍ군기술협력을 위한 법ㆍ제도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 다행히 근래에 관련부처가 힘을 모아 민ㆍ군기술협력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반영한 민ㆍ군기술협력 촉진법이 지난달 개정됐다. 민ㆍ군기술협력을 위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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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간 기술협력 칸막이 없애야

민ㆍ군기술협력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민ㆍ군기술협력 추진체계 정립이다. 현재는 관련 법률은 산업부, 국방 연구개발은 방사청, 무기ㆍ비무기 소요제기는 국방부로 소관 부처가 모두 다른 상황이다. 이에 지난 7월 민ㆍ군기술협력 특별위원회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에 설치해 민ㆍ군기술협력의 총괄ㆍ조정을 맡도록 했다. 민ㆍ군특위를 통해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협업을 통한 민ㆍ군기술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둘째는 국방보안과 관련된 군의 특수성 완화다. 지금까지는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인이 국방기술에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민간활용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군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군의 특수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의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ㆍ군기술협력과 산업과의 연계 강화다. 민ㆍ군기술협력 선진국은 민수ㆍ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민ㆍ군기술협력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개발에서 더 나아가 기술이전, 벤처창업, 제품화 등 경제ㆍ산업적 효과창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모쪼록 출발선에 선 민ㆍ군기술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통해 창조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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