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2003 경영大戰] IMF도 이겼는데.. “해볼만 하다“

`흐림, 흐림, 태풍, 맑을까(?)` 2003년 은행권의 순익 기상도다. 가계대출의 급격한 부실화와 카드관련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로 우울하게 시작했던 계미년(癸未年) 은행권의 경영 흐름은 따뜻한 4월의 봄기운 속에서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SK글로벌과 진로사태, 현대종합상사 자본잠식과 같은 대형 태풍들이 3월 이후 은행권을 강타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 2년간 누려온 금융권의 호황이 올해로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분석도 연구기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은행들도 이 같은 평가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은행들의 `위기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교훈대로 부실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최대한 충당금을 쌓고 긴축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경기가 풀릴 것으로 보이는 내년을 대비하고 있다. 올해도 어렵기는 하지만 지난 해 충분히 부실자산을 정리한 만큼 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핵심 사업에 투자를 늘리면 비관적인 것 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 직원과 주주들에게 모든 문제를 다 내보이고 있다”며 “불안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투명 경영`이 신뢰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실자산 최대한 정리=지난 2002년 결산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전체적으로 5조6,000억원 대의 순익을 올렸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의 순익증가가 두드러 졌다. 지방은행은 지난해 총 4,5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2001년의 1,808억원 보다 무려 151.7%나 늘어났다. 특수은행도 1조6,5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49.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3조4,909억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보다 12.4%가 줄었다. 비록 시중은행의 순익은 감소했지만 기업분석가들은 시중은행의 이 같은 성적을 기대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올해에 버금갈 정도로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거 부실을 떨어내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충당금을 2001년에 비해 최대한으로 쌓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흥은행은 지난해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하이닉스와 한보철강 등의 부실여신에 100%의 충당금을 쌓았고 쌍용계열 기업에도 업계최고 수준인 50%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충당금으로만 1조2,970억원을 쌓는 열성을 보였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과거 부실 유산을 모두 정리해 올해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영업만 잘하면 대규모 순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 합병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2003년 법인세 감면 혜택을 최대화 하기위해 지난해 쌓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하나은행도 올 1분기 실적은 저조하겠지만 향후 경기가 풀리면 당초 계획한 9,000억원대의 순익을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핵심역량 강화와 수수료 수입 극대화에 승부=어려운 시기 은행들이 순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핵심고객을 선별하고 그들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또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컨설팅 등 수수료 수입 극대화도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핵심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부터 자회사간 고객들의 데이터 베이스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증권과 보험 등 지주회사에 흩어져 있는 핵심고객들에게만 선별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 2,600만명에 이르는 최대의 고객기반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도 선별적인 마케팅에 뛰어 들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고객의 가치를 단기로 평가하기보다는 `생애가치`로 평가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 고객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고품격 프라이빗뱅킹(PB)서비스를 본격 도입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수수료 수입을 올리려는 은행들의 노력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그동안 쌓아 왔던 기업여신에 대한 강점을 살려 기업 컨설팅 방면으로 특화하고 있다. 당장은 큰 돈을 벌 수 없지만 앞으로 기업대출 컨설팅이 활성화 될 것에 대비해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또 그동안 은행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e-비즈니스 쪽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개척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유통, 물류, 부동산, 기타 제조업과의 연계를 은행이 매개가 되어 도와주고 여기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효율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군살을 빼고 탄탄한 수수료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올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요소”라며 “올해 이 같은 내부정리까지 이루어지면 내년부터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 이진우, 최원정, 김홍길,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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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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