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쉬운 주택정책

이혜진 <부동산부>

“화성시에서 이미 분양가에 대한 협의를 마친 후 분양승인을 받았고 청약접수까지 받은 상태에서 분양가를 내리라니 정말 황당합니다.” 지난주 말 건설교통부가 화성 동탄신도시 내 민간 임대아파트 보증금(분양가) 인하에 대한 행정지시 방침을 밝힌 직후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건교부가 밝힌 입장은 화성 동탄신도시 내 임대아파트 보증금(분양가)은 평당 700만~740만원선으로 일반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므로 600만원대로 낮추라는 것이었다.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누가 마다하겠냐마는 이번 행정조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뒷북’ 행정이다. 그 동안 인허가 관청과 건설사간에 분양가 줄다리기는 아파트가 분양되는 곳이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를 거치면서 분양가 조정이 이뤄지고 분양승인을 통해 최종 분양가가 결정된다. 화성 신도시 내 민간 임대아파트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결정된 분양가로 청약까지 받은 상태다. 건교부는 화성시에서 분양승인을 내줄 때만 해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론에서 고가 분양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세무조사’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방침을 밝힌 것이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파장이 커져 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했으나 사회적 파장이 커지기 ‘전에’ 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문제는 ‘선발표 후수습’ 행정이다. 청약접수까지 받은 상황에서 분양가 인하에 대한 행정지시를 내린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발표 직후 향후 대책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니 화성시ㆍ건교부ㆍ건설사들 모두 “전례가 없던 일이라 논의 중”이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화성시의 한 관계자는 “미리 공문이나 협의가 없던 상황에서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건교부에서 지시나 지침도 내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발표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본보기식’ 행정 또한 문제다. 건교부가 밝힌 적정 분양가 600만원대라는 것은 토지가격에다 분양가상한제에서 적용되는 기본건축비를 더해 산출한 가격이다. 이번에 분양하는 화성 신도시 내 일반아파트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분양가를 산출하면 역시나 거품이 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때문에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일반 아파트는 놔두면서 우리만 제재한다”는 민간 임대아파트 건설사들의 불만이 일리 있게 들린다. 화성 신도시 내 민간 임대아파트 분양가가 결코 싸다는 얘기가 아니다. 고가 분양가 책정에 대한 어떠한 식의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 일과 같이 뒷북 행정, 본보기식 행정, 선발표 후수습 행정으로 일부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때려잡을’ 수 있겠지만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주택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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