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A타임스 칼럼] 오마에 겐이치 前일본 매킨지 대표

무섭게 성장하는 中위력 亞국가들 '제2위기' 우려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한국ㆍ싱가포르ㆍ타이 등 아시아 호랑이들은 15년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들 국가가 어렵게 이뤄 논 산업 기반을 수년 전부터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와 경쟁을 벌이는 모든 산업 부문에서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타이는 정밀기계 분야에 10여년 전부터 투자, 스위스산(産) 고급시계에 부품을 납품하는 등 어느 정도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중국은 시작한지 불과 1년 만에 이들 국가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유사한 일은 다른 기계나 가전 분야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여파로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해부터 제2의 경제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97년 촉발된 아시아 외환위기는 타이거 매니지먼트 그룹의 줄리안 로버트슨이나 퀀텀 펀드의 조지 소로스 등이 투기적 거래를 하면서 시작된, 단순하면서도 단발적인 사안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시작된 제2의 위기는 장기적이며 더 심각한 피해를 이들 국가에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20년 전 일본이 세계시장을 점령하며 미국 기업을 무너뜨렸던 때와 비슷하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싱가포르와 타이완.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이들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두 국가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었지만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산업 기반 축소가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에 따라 승산 없는 중국과의 경쟁을 포기했다. 중국과의 경쟁보다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이 성장하면 그 과실을 나눠먹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리콴유(李燈輝) 전 총리가 중국 본토 투자를 주도하는 '싱가포르 정부 연기금'의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이 같은 전략 수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때 가장 튼튼한 호랑이였던 타이완 역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정부간 교류는 아직 없지만 타이완 기업인들은 조용하게 자신의 공장과 부(富)를 중국 본토로 옮겨놓고 있다. 이에 따라 타이완은 조만간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 목적으로 중국과 타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중국에 투자할 돈이라도 있는 싱가포르ㆍ타이완은 다행인 경우다. 타이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은 산업 기반 붕괴에 따른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저임금 국가인 베트남의 경우는 중국과 경쟁할 만한 나라다. 그러나 부패한 정부ㆍ과도한 기업규제ㆍ부실한 산업 인프라 등으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일부 전자제품에서 대(對) 중국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기 힘들다. 인도 역시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여러 부문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 라오스ㆍ캄보디아ㆍ미얀마 등은 새로운 호랑이로 부상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앞으로 3~4년 중국은 아시아의 지배자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갖는 정치적 위상 역시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국제사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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