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론/9월 14일] 우회상장 고질병 고치려면

우회상장 실질심사 제도도입과 M&A 시장의 건전한 발전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ㆍ법학박사> 최근 우회상장 실질심사 제도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는 네오세미테크 사태와 같은 비상장기업 분식회계, 우회상장기업의 조기퇴출, 사회적 불건전 인식기업의 거래소시장진입 등에 대한 대응방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는 거래소 상장방식이 최초공모발행(IPO)이건 인수ㆍ합병(M&A)이건 간에 동일한 상장기준을 적용하여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동일한 시장신뢰를 주어야 한다는 거래소 상장규제정책의 당연한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 거래소는 상장법인과 비상장사업체간의 기업결합의 결과 기존의 상장법인이 다른 기업(different entity)으로 바뀌는 경우 이를 우회상장 또는 역합병(reverse merger)으로 정의하고 해당 우회상장 기업에 대해 신규상장에 준하는 상장심사를 한다. 즉, M&A를 통해서 거래소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에게 IPO에 준하는 심사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이 뒷문으로 거래소에 입성하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이다.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M&A 시장이 위축된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우회상장의 심사기준이 IPO 신규상장에 준하는 경우 모든 비상장기업들이 IPO만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우회상장 거래가 실종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우회상장은 사라지기는커녕 M&A의 시너지 효과와 상장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바람직한 우회상장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도 상장 효과와 M&A의 시너지를 동시에 얻기 위해 우회상장을 하였으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ㆍ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를 통한 우회상장 거래도 미국 거래소 시장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우회상장은 M&A 시너지 효과와 함께 상장의 신속성ㆍ경제성ㆍ안정성ㆍ편의성을 추구하는 상장유형으로 인식해야 하며, 거래소 상장기준 적용을 면제 받는 수단으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비상장기업과 부실상장기업이 결합한 우회상장의 부작용은 네오세미테크 사태나 다수의 우회상장 조기퇴출기업의 사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여러 실증분석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우회상장 실질심사 제도도입에 대한 우려가 이러한 불건전한 M&A가 위축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라면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장외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고 M&A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거래소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중소기업 혹은 신성장동력기업의 자금조달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또는 벤처기업의 투자회수의 문제는 장외시장 및 M&A 시장 육성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우회상장에 대한 규제공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거래소가 상장기준을 정하여 진입규제를 함에 있어 정문만을 지키고 뒷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수준미달의 기업이 해당 주식시장의 신뢰성을 해(害)하고 머니게임 등으로 인해 시장 건전성이 훼손된다.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의 도입을 통해 상장기준을 우회하여 거래소에 진입하려는 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하여야 한다. 이는 우리 자본시장에 건전한 M&A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금융투자업자가 우회상장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어렵사리 창의적이고 건전한 M&A 거래를 할 동기부여를 가지기 어렵다. 반대로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 불건전한 M&A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게 될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우리 M&A 시장이 음지에서 편법적인 우회상장을 통해 양적으로 불건전하게 확대되기 보다는 양지에서 질적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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