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문변호사 전성시대] <8> 노동

이익 균형점 찾아 노사분쟁 합리적 해결<br>● 김선수 시민 변호사, 비정규직 해고 소송 도맡는 '노동자 대변인'<br>● 박상훈 화우 변호사, 노사 윈윈 이끌어내는 중간자 입장 자처<br>● 이경우 한결 대표변호사, 산재 연구회 활동… '과로사' 처음 인정받아

김선수, ▲1961년 부산 ▲서울 우신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7회(연수원 17기) ▲1988년 법무법인 시민종합 ▲2000년 중앙노동위공익위원 ▲대한변협 이사, 민변사무총장 ▲ 2005년 대통령비서실 사법개혁비서관

박상훈, ▲1961년 광주 ▲서울 우신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6회(연수원 16기) ▲1990년 인천지법 판사 ▲2006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2011년 중앙행정심판위 비상임위원 ▲2013년 대법원 양형위원

이경우, ▲1955년 경기 ▲서울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4회(연수원 14기) ▲1985년 변호사 개업 ▲1997년 민변 노동위원장 ▲2005년 중앙노동위 공익위원,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2007년 산재 재심사위원

지난 2011년 12월 김모씨 등 6명은 다니던 건설회사로부터 대기발령을 받았다. 인사고과 평점이 낮고 건설 경기가 나빠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6개월 뒤인 지난해 6월 회사는 '대기발령 후 6개월 이내 보직을 못 받으면 당연퇴직한다'는 사규를 근거로 김씨 등을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대기발령 직원들은 소송으로 맞서기로 뜻을 모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이들은 수소문 끝에 이경우(58ㆍ사법연수원 14기) 법무법인 한결 대표변호사를 찾았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 생활 거의 전부를 노동 분야에 힘 쏟은 자타공인 노동 전문가다. 1990년대 의사와 변호사, 노동 활동가로 구성된 산업재해 연구회에서 산재 개선책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고 당시에는 생소했던 '과로사'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김씨 등이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김씨 등보다 낮은 평정을 받은 직원은 대기발령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판사를 설득했다. 당시 대기발령 이후 직원들은 회사 복직 프로그램에 들어갔지만 프로그램은 사실상 형식에 그쳤다.

무엇보다 이 변호사는 '대기발령 이후 당연퇴직'이 기업의 손쉬운 인원감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법원은 오래 전부터 '면직처분을 할 때 대기발령 당시 이미 사회적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잘못이 근로자한테 있어야 한다'고 봐왔다"며 "이는 기업들이 유념해야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1심 법원은 김씨 등 대기발령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요즘 이 변호사는 옛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의 위법성을 둘러싼 헌법소원 사건에서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고용의제 조항이란 2년 넘게 근무한 파견근로자는 원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노동 유연성을 위협해 위헌'이라는 재계의 입장과 '위헌성이 인정되면 직접고용 원칙이 허물어진다'는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고용의제 건은 무엇보다 헌법 정신의 문제"라며 "기간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과 기간제의 열악한 근로여건, 고용의 불안정성 등을 종합해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는 사용자와 근로자간 소송에서 한 쪽을 대리하는 법률가지만 이 변호사는 늘 '노사의 이익 균형점'을 고민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 분야에서는 사측과 노측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때가 많다"며 "소송에서 그야말로 '한 판 붙으면' 어느 정도 판결이 나올지를 정해놓은 전문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가로서 노사 이익 균형의 틀을 짜보자는 각오로 일한다"며 "제도적인 중간ㆍ완충지대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 전문변호사 가운데 '노동자만 대리'하는 외골수 변호사가 있다. 김선수(52ㆍ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흐름을 함께 따라 온 대표적인 노동 전문 변호사다. 1세대 노동 변호사로 꼽히는 고(故)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법시험을 본 이유가 노동자를 변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김 변호사의 원칙은 '노동자만 대리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통보 취소 소송에서 전교조 측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얼마 전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전교조가 낸 가처분 마지막 심문에서 김 변호사는 눈에 띄는 진술을 했다. 그는 정부의 통보에 대해 "법령에 근거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형식적 법치"라며 "노조 활동으로 해고된 사람이 한 명이라도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의 합법적 지위를 부정하는 국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전교조의 신청을 받아들이며 "고용부의 통보가 적법하기는 하나 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무조건 법외노조로 볼 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사실상 김 변호사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김 변호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경기대학교 비정규 직원의 해고사건을 꼽았다. 지난 2000년과 2002년 대학 조교와 행정직 등 업무를 맡아온 A씨와 B씨에 대해 대학이 2007년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법이 시행되자 이곳 저곳으로 파견을 보냈다가 해고 통보한 사건이었다. 이 중 A씨는 행정법원에서 1심 패소를 당한 뒤 항소심에서 김 변호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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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 김 변호사는 1심이 인정한 '사직서의 효력'에 주목했다. A씨는 대학측의 요구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행정법원은 이것이 A씨의 진짜 의사(진의 의사표시)였다고 본 것이다. 김 변호사는 사직서 제출 경위와 성실한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직서는 사실상 종용이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접고용에서 파견과 기간제를 왔다갔다하는 근로자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관계는 업무 형태의 실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 끝에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변호사 노사 문제에 있어서 불신 풍조를 지적했다. 그는 "노동법이라는 게 가치성을 띠고 있어서 교수든 법률가든 한 쪽의 신뢰를 받으면 다른 한 쪽에서는 불신한다"고 말했다. 불신 풍조를 깨기 위해 김 변호사는 노동법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노동계와 재계 추천 위원, 법관으로 구성된 '참심형 노동법원'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소송으로만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사자가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재판제도를 갖춘다면 오히려 권리구제에 충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훈(52ㆍ연수원 16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판사 출신답게 균형 있는 소송 대리로 널리 알려졌다. 재계와 노동계 모두를 대리하며 중간자 입장을 자처하는 박 변호사는 누구보다 양측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1년 삼성전자 직원의 백혈병 산재소송에서 최초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을 받아냈다.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백혈병 발암물질인 벤젠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인정 받은 것이다. 이 판결 이후 최근까지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인정되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퇴직금 사건을 맡기도 했다. 정년을 단축하고 퇴직금 지급률을 낮추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할 때 사측이 이를 강요하지 않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면 사측이 고용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한 게 아니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공단을 대리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공단이 패소했는데 상고심에서 사건이 박 변호사의 손에 넘어온 것이다. 박 변호사는 "공단은 취업규칙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각 사업소를 찾아 바뀐 규칙을 설명했을 뿐"이라며 "근로자들이 설명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찬반 표시를 하는 등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사측의 취업규칙에 동의했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대법원은 1ㆍ2심을 모두 뒤집는 판단을 내렸다.

이밖에 박 변호사는 2008년 근로자를 대리해 불법파견 근로자는 회사 측이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특히 국내 변호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3차례나 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맡아 정연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노동 법률가로서 균형감각을 가장 강조하는 박 변호사는 언젠가 노사 양측의 위임을 받아 소송이 아닌 조정을 맡아보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노사가 서로 협상 가능한 안을 내서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정을 하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며 "'박상훈 팀이 조정 못하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노사분쟁 해결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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