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치료제의 건보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1년만이라도 연장할 경우 얼마만큼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까.`
당국은 B형 간염 치료제의 건보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경우 연간 몇 백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건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급여기준을 푸는 것은 미묘한 문제가 있고, 특히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구용 B형 간염 치료제의 건보기간을 연장할 경우 추가 예산규모에 대한 입장이 정부와 환자-제약사간 엄청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B형 간염 환자 권익단체인 간사랑동우회 관계자는 “정부는 B형 간염 치료제의 건보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경우 몇 백억원(300억원 이상)의 예산 추가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약사에서는 10~20억원만 더 편성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가 예산이 `몇 백억원이냐 수십 억원이냐`에 대한 시각차는 정부와 환자단체 및 제약사간 접점을 찾기 힘든 또 다른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국회보건복지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보건당국에 추가로 필요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구용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는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건보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될 경우 몇 백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당국의 추산은 건보기간이 풀릴 경우 환자들이 동시에, 그것도 모두 라미뷰딘을 복용할 것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환자의 20% 정도가 경구용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어 건보기간이 1년 더 연장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환자의 70% 이상은 복용하기는 힘들다는 것. 2001년 라미뷰딘의 보험급여비는 191억원, 2002년에는 165억원 수준인데 300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이 추산하는 추가예산 규모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들은 치료용 의약품으로 나와있는
▲라미뷰딘
▲인터페론
▲일반 간장보호제 등 3가지의 경우 동시에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현행 건보 시스템을 예로 들고 있다. 다시 말해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건보기간이 연장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는 라미뷰딘의 매출규모는 다소 올라갈지 몰라도 B형 간염 치료제가 전체 건강보험 지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간 질환에 대한 요양금액이 99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경구용 치료제인 라미뷰딘 발매이후에는 진료건수는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줄어 들어 들기 시작한 것은 이 치료제가 건강보험 재정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경구용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는 제약사측은 환자별 순위를 매겨 건보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더라도 23억원 정도의 추가예산만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건보기간을 2년으로 연장할 경우 약값을 5% 정도 인하할 의사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약값을 5% 인하할 경우 23억원 중 12억원은 제약사가, 나머지 11억원은 정부가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정부입장과 환자-제약사간의 시각도 많은 차이가 있다.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치료제에 대한 재정부담이 크다고 생각해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1년 이상 복용 시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도 1년 기준으로 허가가 나 있고, 장기 임상에 대한 유의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약사는 물론 의학계 입장은 상반된다. 미국의 경우 B형 간염 환자 숫자가 적은데다 초기 허가과정의 자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이 문제라면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은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자료는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의학계와 환자들도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이미 지난 4년간의 국내 임상자료가 제출돼 있고, 건보기간을 연장해도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 단체인 대한간학회 입장까지 2년 전에 공식 전달한 마당에 갑자기 안전성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환자들과 간 전문의들은 “정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국내시판 허가를 내주지 않아야 했거나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하고, 그토록 환자들의 안전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라미뷰딘을 1년 이상 복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를 당장이라도 취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되묻고 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