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본지 창간39돌/밀레니엄라운드] 10. 경쟁정책 분야

무역-경쟁정책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신통상의제로서의 핵심은 민간부문에서의 비경쟁적인 관행을 포함한 규칙들이다.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 무역에 규제를 가함으로써 실질적인 교역자유화를 꾀하자는 것이다.일찍부터 경쟁정책을 운용해 온 우리로서는 강력한 협상카드로 내밀 수 있는 분야로 분석된다. 통상교섭본부는 경쟁정책을 밀레니엄라운드에서 다루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와 기업은 그러나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전자, 철강, 자동차등 대부분의 국내 주요산업들이 과점구조의 국내시장에서 초과이윤을 누리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경쟁력을 유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정책의 국제규범화는 개발도상국 뿐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역과 경쟁정책= 경쟁정책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정책 수단과 법 체계를 의미한다. 시장을 통해 재화와 용역이 기업으로부터 소비자로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경쟁정책은 독과점 규제를 중심으로 카르텔등 수평적 경쟁제한 행위와 배타적거래등 수직적 제한, 기업의 인수합병(M&A)등 기업결합과 같은 국내 경제행위에 대한 규제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세계화와 무역자유화는 인식의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나라마다 다른 경쟁정책이 국가간 공정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원리를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최초의 시도는 50여년전인 지난 47년에 있었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세계무역기구(ITO)창설을 위한 아바나헌장은 국제무역에 있어서의 경쟁원리를 규정하고 있었다. 물론 아바나헌장은 ITO설립이 무산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출발점만 제공한 셈이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무역과 경쟁정책에 대한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차원에서 제한적인 진전을 봤을 뿐이다. 이제 무역과 경쟁정책은 WTO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은 이미 비경쟁적 관행에 대한 규제와 직접 연관된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WTO는 지난 96년 싱가포르 각료회의의 결정에 따라 무역경쟁작업반을 설치했다. ◇미국은 반대= 무역과 경쟁정책 분야를 보는 각국의 입장은 다양하다. 우리와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헝가리, 스위스, 칠레등은 밀레니엄라운드에서 경쟁정책 분야가 꼭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쟁정책분야에서 무차별원칙등 WTO기본원칙을 수용하고 국제 협력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자간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는 반대로 미국, 홍콩, 개도국들은 무역-경쟁정책분야를 다루자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 다자간 협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현재의 양자협력, 지역협력체제로도 충분하고 다자간협상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은 표면적인 변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경쟁정책의 국제 규범화로 자칫 반(反)덤핑법이 약화되는 것을 내심 바라지 않고 있다. 경쟁정책을 다뤄 실익을 챙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반덤핑법은 미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유용하게 써온 규제수단이다. 반덤핑은 경쟁정책과 무역정책간의 교차점에 있다. 미국은 다자간 접근방법보다는 현재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양자및 지역차원의 접근방법을 바라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말하자면 1대1협상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법을 아예 갖고 있지 않은 개도국들은 무역관련조치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에 치중함으로써 경쟁법 도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반덤핑의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반덤핑 조치에 당해온 우리와 일본은 반덤핑조치가 외국사업자를 차별해 경쟁을 제한하고 수입국 소비자의후생을 저해하며 WTO의 기본원칙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반덤핑은 국제무역질서을 무너뜨리고 거꾸로 보호주의를 강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심영섭(沈永燮) 산업연구원(KIET)연구위원은 『무역-경쟁정책이 밀레니엄라운드에서 다뤄질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말하고 『경쟁라운드는 이미 몰려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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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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