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오늘만 같았으면…

부모님 말씀에 옛날에는 애가 태어나서 100일을 무사히 넘기면 건강하게 잘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백일 기념사진을 찍었는가 보다. 지난 3월6일은 필자가 차관으로서 직무를 시작한 지 100일 되는 날이었다.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참 빨리도 달려온 시간이었지만 그중 2월13일과 23일은 필자에게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2월13일,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전5시30분께 일어나 펼쳐본 조간신문에서 베이징 6자회담 결과 북핵 해결을 위한 초기이행조치에 대해 합의했다는 톱뉴스를 접했다. 그날 필자는 사전 약속된 오전7시30분 조찬미팅에서 미 대사와 만나 용산기지 이전사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강변 땅을 손수 개간하며 고생스럽게 농사를 지어왔던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땅에 대한 남다른 애착심, 그리고 이제는 아픈 상처를 이겨내고 이주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화 노력 등에 대해 농촌 출신인 필자는 가급적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얘기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물론이요,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그간 기울여온 범정부적 노력과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조찬미팅이 끝나자마자 장관을 대신해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서울공항에서 국무총리를 수행해 목포에 내려갔다. 오랫동안 대불공단지역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준 군 항공기 운영과 관련한 고도제한조치를 획기적으로 완화시키기 위해 내려간 현장 방문이었다. 국방부의 규제 완화조치는 지역주민들에게 그날 내렸던 봄비와 같은 것이었다. 현장을 돌아보는 중에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기쁜 낭보가 날아왔다. 평택 미군기지 주민 이주 문제가 대화로 타결되고 3월 말까지 이주하기로 합의됐다는 소식이었다. 지난해 5월, 평택 대추리 지역에 경찰병력과 군병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나지 않을까 조바심하던 일, 여름 장마는 닥쳐올 것 같은데 논바닥에 5인용 텐트를 치고 경계임무에 투입돼 고생하고 있던 병사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했다.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말이 필자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2월23일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전시 작전통제권의 이양 시기가 오는 2012년 4월17일로 합의 발표된 날이었다. 피를 말리는 협상기간 동안 우리 국방부 가족들이 쏟아온 열정과 집념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그날처럼 우리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홀가분함이 밀려왔다. 필자는 이날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공자가 그의 제자 자로에게 가르쳤던 국가 경영의 근본, 식(경제)ㆍ병(국방)ㆍ신(정치)에 대한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동아시아에 있어 국제 헤게모니 질서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쟁탈돼왔던 이곳 한반도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공자의 가르침을 새겨 한미 군사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중요성은 물론, 안보전략적 가치까지도 평가해보자. 막바지에 이른 한미 FTA 협상이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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