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양국간에 잠재적인 갈등 요소였던 비자면제문제가 양국간 외무장관 회담에서 본격 거론됨에 따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서울 세종로 청사에서 양자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간 교류확대를 위해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한ㆍ미 두 나라는 실무진을 중심으로 팀(워킹 그룹)을 조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안 찾기에 적극 나서기로 하는 등 일단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단기 비자 거부율이 6%나 돼 미국 국내법상 비자 면제 조건인 3%를 훨씬 상회하고 있고 비자 분실건수도 연간 7만건이나 되는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요건이 충족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ㆍ미간에 워킹그룹을 결성,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면 양국간의 관광교류는 물론 경제적인 인적교류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단계를 맞이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9ㆍ11 테러 이후에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여행 등을 가고 싶어도 비자 때문에 가지 못하는 등 비판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외무부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시켜 줄 것을 수년간 요청했다”며 “양국간에 워킹그룹을 통해 비자 거부율이 3% 미만으로 떨어지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 대사는 최근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불법 이민자나 체류자 수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 먼저 해소돼야 비자면제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스크린쿼터는 물론, 비자면제협정도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이번 한ㆍ미 외교장관에서의 언급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