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병원 경쟁력강화'냐 '공공의료 우선'이냐

병원업계·의료노조 '영리의료법인' 찬반 논쟁 가열<br>병원 "외부자본 유치 병원규모 키우려면 허용을"<br>노조 "국민건강보다 투자자 이익 위한 병원" 우려

영리 의료법인 허용 논란이 정부 부처간 의견대립 양상으로 번지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한 척추질환 전문병원에서 외국인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영리 의료법인 허용 논란이 정부 부처 간 대립 양상으로 번지면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주요국의 서비스산업 육성 동향 및 정책의 시사점'이라는 참고자료를 통해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 운영이 가능한 태국을 예로 들며 의료 서비스 발전을 위해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의 김성이 장관은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면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병원업계는 "투자를 받아 더 좋은 시설을 갖출 수 있어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인다"며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를 붕괴시키고 의료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영리 의료법인 허용 찬반 논란의 핵심을 짚어봤다. ◇“병원 규모 키워 경쟁력 강화해야”= 외부 자본을 유치해 병원 규모를 키워 나가야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고 해외 경쟁력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측 입장이다. 박인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회장은 "싱가포르ㆍ태국ㆍ중국 등이 의료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는 해외 환자 유치는 커녕 의료산업의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뒤쳐진 것을 따라잡으려면 지금 부터라도 경쟁국들에 비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에 더욱 가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외부 자본을 유치해 산업규모를 키우고 의료의 본질도 잃지 않는 제대로 된 영리법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이윤추구를 위해 기본적인 진료를 소흘히 할 경우 의사를 징계하는 외국의 '진료감사제도' 등 적절한 제어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병원이 기업화되면 대량구매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환자들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OCA(교정전문치과병원)과 ALC(라식센터)의 경우 600개의 대규모 병원을 운영하면서 기계 운임단가를 70% 가량 낮춰 파격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교정이나 라식수술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도 “일부 대기업 계열 종합병원을 제외한 국내 대형 병원들의 열악한 재무상황을 개선하려면 외부 자본 유입 허용이 불가피하다. 다만 유입된 영리자본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이윤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어수단이 필요하며 사회공익단체로서 병원에게 부여된 법적ㆍ세제적 인센티브를 이용해 건강한 수익사업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이익 위한 병원 운영 불가피”= 보건의료노조는 주식회사형 영리병원 허용은 일부 대형 병원자본과 민간 보험회사에는 이익을 주는 반면 국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공공의료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의 경우 민간병원 비율이 90%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리 의료법인이 전면 허용되면 국민 건강보다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병원을 운영할 것이 뻔한다는 것.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영리 의료법인이 허용되면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병원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며 결국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이윤이 적은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은 최소화되고 병원들마다 고급 의료서비스 개발에 몰두해 국민 의료비 폭등, 의료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또 기획재정부가 예를 든 태국의 경우 한국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태국은 국영 병원 수가 900여 개로 우리나라(344개)보다 훨씬 많고 의료인력 또한 민간보다 정부 소속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정부가 외국 사례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침소봉대하고 있다. 무상의료 제도와 공공의료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태국에서 조차 의료 개방으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의료 개방으로 외국인 환자들이 점점 더 많은 의료시설과 자원을 사용해 정작 내국인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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