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의욕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올해 환갑(61)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57의 나이로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해 비교적 젊은 편이다. 임기가 처음 시작된 나이로 보면 역대 대통령 9명 가운데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47)ㆍ전두환(50)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적다. 실질적인 민주절차를 거쳐 당선된 첫 50대 대통령으로 출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젊어서 그런지 의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임기를 불과 5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인 다음달 2~4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사례는 역대 대통령한테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더구나 생각하고 계획한 것에 대해선 반드시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은 지난 8일 호주 시드니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언론회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공개된 이 자리에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에게 두차례나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 부시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비쳐졌다. 노 대통령은 11일 “북핵문제는 풀려가는 과정에 있고 한 고비 넘어간 것이며 이제 다음 고개인 평화정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북핵문제 대신 한반도 평화체제를 2차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평화체제 관련) 선언이나 협상의 개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담판 때 평화체제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았으면 한다. 북핵문제는 한반도의 운명이 달린 중요 사안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북한의 최근 입장변화에 의구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평화선언이라도 할 경우 자칫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주변국의 공동보조에서 이탈, ‘과속논란’을 부르고 실질적인 소득은 없이 한미동맹 등에 악영향만 초래할 수 있다. 또 평화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에 그칠 수 있어 17대 대선을 2개월 반 정도 앞두고 공연히 정치적 논란만 키울 우려도 있다. 북핵문제의 칼자루는 북측이 쥐고 칼날은 남측이 잡은 형국이다. 북핵문제의 확실한 국면전환 없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의욕이 지나치면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노 대통령은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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