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중소형 증권사 성장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목소리로 과도한 NCR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것으로 증권사의 경영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 동안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요구해 중소형 증권사의 투자 활로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종철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금융당국은 NCR 150%를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증권사의 평균 NCR은 500%이고 이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로 환산하면 40%에 이른다”며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제시선보다 NCR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거래할 증권사를 선정할 때 NCR 400%에 만점을 부여하는 등의 시장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험투자 및 자본공급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NCR규제가 증권사의 파산을 예방해 채권자나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를 하고 있지만 현 수준은 중소형 증권사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BIS에 비해 엄격한 NCR산정방식을 완화하고 경영개선권고 기준인 현 150%를 100%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NCR 규제를 손보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인규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 부국장은 “증권사의 NCR이 500%에 달하는 것은 자기자본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만 NCR을 낮춰도 자본활용도가 높았다는 통계가 없었던 만큼 비율이 아닌 투자여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NCR을 절대 금액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증시대동제에서 NCR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사 분사(스핀오프)를 활성화자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 증권사에서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특정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중소형 증권사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화열 KTB투자증권 상무는 “스핀오프를 활성화 하면 자산관리, 투자은행(IB)등을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들이 생겨날 뿐만 아니라 사업전망을 보고 증권사 간 인수ㆍ합병(M&A)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며 “스핀오프를 활성화 하려면 모회사와 자회사 간 정보 교류를 제한한 차이니즈 월(Chinese Wall)등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거래소가 올해 안에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전용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의 지정자문인으로 중소형 증권사를 우선 지정하는 방안, 파생결합증권(DLS)등 장외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 인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정수 금투협 증권서비스 본부장은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금융당국에 건의하여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