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로 곤두박질치던 SK(003600)하이닉스 주가가 모처럼 큰 폭으로 반등했다.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던 D램 반도체 가격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발표된 반도체 설비에 대한 과잉투자 우려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를 억누르던 대내 악재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7.89%(2,450원) 오른 3만3,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폭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1년 10월21일(10.21%)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한때 주가가 1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1조8,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은 그룹 차원에서 발표된 반도체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열린 M14 공장 준공식에서 "M14 공장에 투입되는 15조원을 포함해 오는 2024년까지 반도체 설비 투자에 총 46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투자기간을 향후 10년 동안으로 구체화하면서 과잉투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다. 이달 17일 SK그룹이 반도체 부문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구체적인 투자 시기와 기간 등이 명시되지 않은 탓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에 또 한번 출혈성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진 바 있다. 그 여파로 SK하이닉스 주가도 6거래일 동안 15% 넘게 떨어지면서 3만1,050원까지 밀렸다. 이는 연초 대비 35% 낮은 것이자 연중 최고점(5만1,200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폭락한 금액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SK그룹이 발표한 46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이 반도체업계의 과도한 경쟁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해왔다"며 "하지만 총 투자금액을 10년으로 나눠 집행할 경우 과잉투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SK그룹의 향후 10년간 46조원의 투자계획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연간 약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투자 규모(4조8,000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내년으로 예정된 3D 낸드플래시에 대한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감안할 경우 D램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군인 D램 반도체 가격이 서서히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추세적 반등의 계기를 찾기 위해서는 하락세를 이어가던 D램 현물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야 한다"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가운데 올해 10월부터 D램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으면 주가도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