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親美의 과거와 현재, 미래

권홍우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親美의 과거와 현재, 미래 권홍우 “일본 여자와 결혼할까 생각 중인데 어떨까요?” 11년 전 도쿄에서 만난 한 후배가 던진 질문이다. 삼성그룹이 막 시작한 현지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파견된 그는 ‘현지화’를 위해 무척이나 애썼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으로 젊은 사원들을 내보냈던 삼성그룹은 언어와 습성의 완전 체화를 위해 현지인과 결혼은 물론이고 심지어 귀화까지도 받아들인다는 자세였다. 현지전문가로 4년여를 일본에서 지낸 그는 일본인과 결혼하지 않았어도 어떤 전문가보다 일본에 밝다. 盧대통령 발언과 친미의 뿌리 노무현 대통령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국 국민들 중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내게는 걱정스럽고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인임에도 조국의 국가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이 꼬일 때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동의할 수 있다. 자신의 기득권 때문에, 혹은 맹목적으로 친미를 넘어 숭미(崇美)하는 사람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제 나라의 독립기념일에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국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도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틈만 나면 한미관계를 흔들어대는 세력도 분명히 존재한다. 극단적 친미주의자의 상징이 백사(白史)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에 나온다. 일제 시대에 잠꼬대도 일본어로 할 만큼 철저한 황국신민으로 살았던 주인공은 해방 후 친소파로 변신, 영화를 누리다가 1ㆍ4후퇴 때 남하한 후에는 미국에 붙어 출세한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번 버린 지조는 한없이 무너지고 흐려진 윗물은 아랫물도 혼탁하게 만든다. 친일파가 친미파로 변신해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는 동안 친일과 무관한 전후세대도 부정과 부패에 물들었다. 장관들이 연이어 사임하고 위장전입 시비가 끊이지 않는 등 대한민국 지도층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역사의 일그러진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다 알려진 사실, 끄집어내도 고쳐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안을 굳이 말해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반목ㆍ갈등하는 순간에도 입으로는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게 외교와 국제관계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외국이 관련된 문제에 관한한 조용하고 자연스런 대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건전한 친미계층도 많다. 국민 모든 계층을 떠안고 가는 것은 통치자의 기본 덕목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친미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얼룩졌던, 미래까지 그럴 수는 없다는 점이다. 공식 통계에 잡힌 해외 조기 유학생만 3만여명에 이른다. 곧 10만여명에 달한다는 전망도 있다. 국내 청소년도 그렇지만 미국 또는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나라에서 교육받는 조기 유학생들이 친미 성향을 갖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그들을 한국인다운 한국인으로 길러내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자기정체성을 잊게 될 청소년이면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가뜩이나 노령화하는 마당에 한 사람의 젊은이가 아쉬운 나라다. 대한민국과 삼성의 경쟁력 삼성의 경쟁력은 11년 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같은 기간 중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과 내부 결속력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차이는 열린 마음과 자신감, 투자에 있다. 현지화를 위해서라면 귀화해도 좋다는 자신감, 조직원에 대한 믿음과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삼성이 가능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믿지 못하는 국가는 발전 가능성은 물론 존재 의미도 찾기 힘들어진다. 국민을 신뢰하고 하나되도록 만들며 청소년을 잘못된 고리에서 단절시키는 일은 역사가 시대에 부여한 소명이다. 노무현 대통령께 부탁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믿어주시라. 과거를 잊지는 말되 현재를 끌어안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시라.’ hongw@sed.co.kr 입력시간 : 2005-04-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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