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컨트롤타워 유감


기원전 216년 로마는 카르타고의 한니발과 벌인 칸나에 전투에서 대패했다. 로마의 전·현직 집정관 3명과 군단사령관 3분의2, 원로원 의원 300명 중 80명이 전사했다. 위기에 몰린 로마 원로원은 의원 전원이 전쟁비용을 위해 부동산 등 거액을 헌납했고 정쟁을 삼갔다.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이 됐고 북아프리카 자마 전투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세월호 사건이 세계 최악의 해운구조 실패사례로 기록될까 두렵다.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 해양대국을 외치던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과연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로마의 지도자들처럼 책임감을 갖고 헌신·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본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비난받는 총리 이하 관련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을 분리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마추어에다 비정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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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號)의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는 국가 운영의 최고 매뉴얼인 헌법에 나와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제66조)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제86조 제2항)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한다.(제87조 제2항) 결국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행정권과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보좌기관일 뿐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고 그 제1목표는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해양사고가 '인재'였다면 재난 수습은 '관재'였다. 대책 없는 대책본부는 오히려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국민안전과 실종자 구조에 전념해야 할 국난 사령탑이 정권안전과 대통령 구조에 급급해서야 되겠는가. 단장의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과 비탄에 빠진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개조의 시작은 컨트롤타워 개조부터다.

28일은 국난 극복의 성웅, 충무공탄신일이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기 몸을 바친 '견위수명'의 상징이다. 그가 13척 배로 10배가 넘는 왜선을 사즉생의 각오로 물리친 명량대첩의 현장, 진도 울돌목 주변 맹골수도에 안타까운 어린 꽃들이 잠긴 지 열이틀째다. 혹자는 당시 자신의 안위만을 쫓던 선조와 당쟁만 일삼던 사색당파를 떠올리며 책임 회피와 충격 상쇄에 급급한 대한민국호의 지도층을 꼬집는다. 온 국민이 절망의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재난을 맞아 국회의 역할을 상기한다.

민주국가에서 복수정당제는 정치적 기본질서다. 헌법 제8조 제1항이 표방하는 바다. 따라서 여야는 서로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동행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일이며 헌법기관인 국회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민생안전 관련 법안이 조속히 합의처리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대증요법식 처방이 아닌 원인치료용 진단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해경·검찰 등 위험을 막아야 할 규제기관들이 동조·은폐·방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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