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영ㆍM&A에 천부적 재질

샌포드 웨일 시티銀 회장이질적인 두 거대 금융기관의 합병이 성공하고, 시티그룹의 영업이 성공적으로 팽창하게된 배경에는 샌디 웨일이라는 탁월한 경영인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다. (샌디는 샌포드의 애칭이다.) 샌디는 합병과 인수로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을 이끈 사람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중류 가정에서 태어난 웨일은 금융계에 뛰어들어 셰어슨이라는 자그마한 은행을 설립, 경영했다. 그는 80년대 중반에 그 은행을 아멕스에 팔고서, 커머셜 크레딧이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은행을 하나 매입했다. 샌디는 M&A에 천부적인 재질을 발휘했다. 그후 12년동안 그는 프리메리카, 트래블러스, 애트나 증권의 일부, 살로먼 스미스바니를 매입했고, 자신이 초창기에 매각했던 셰어슨마저 다시 사들였다. 98년 당시 트래블러스 회장이었던 웨일은 최대 상업은행인 시티은행의 존 리드 회장과 만나 합병을 성사시켰다. 샌디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비서는 회장실 앞에 신호등을 설치, 그 불빛으로 샌디의 마음을 임원들에게 알려준다. 빨간 불일때는 샌디가 화가 나 있으니, 조심할 것이요, 파란불일때는 회장이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이니, 주요 결정사항을 의논하라는 뜻이다. 웨일 회장은 복잡한 수치나 두터운 결재서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걸어다니면서 직관적으로 사업을 결정한다. 그런 성격이었기에 샌디는 시티은행에서 뼈가 굵은 존 리드와는 성격이 맞지 않았다. 존 리드는 부유한 가정 출신에 치밀하고 과학적인 사고의 소유자였는데, 시티그룹 출범후 2년동안 두 회장겸 CEO는 사사건건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초 존 리드 회장은 샌디에게 "두 최고경영자가 있기 때문에 그룹 경영이 되지 않으니, 후임자를 선정, CEO 자리를 넘겨주고 둘다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권한을 나눠가질줄 모르는 샌디는 존 리드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후 샌디는 시티그룹 출신 임원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시작했고, 몇 달후 열린 이사회에서 샌디만 남고 존 리드는 그룹을 떠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때 미국 재무부장관 직에서 은퇴, 시티그룹으로 옮겨왔던 로버트 루빈이 샌디의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내 샌디의 천하가 이뤄진 것이다. 시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두 CEO가 권력을 동시에 나눠가진다는 이상은 현실 앞에 실현될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시켰다. 한국의 은행 합병 과정에서 한사람의 행장을 선정하기 위해 오랫동안 논란을 벌인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만하다. 한사람의 CEO만 남게된후 시티그룹의 경영권은 정상화되고, 합병의 이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샌디는 올초에 시티그룹이 가지고 있는 충분한 금융재원과 폭넓은 영업망을 활용, 다른 금융기관에 대해 분명하게 차별화할 것을 그룹 안팎에 선언했다. 시티그룹은 지난해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중 6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2위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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