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HSBC, 외환銀 인수 포기] HSBC, 인수 포기 왜?

"싼 알짜 매물 많다"… 큰 매력 못느껴<br>글로벌 신용위기로 대형투자銀 헐값수준 대거 등장<br>HSBC도 274억달러 손실 …인수 여력 현저히 저하<br>당초 합의 가격서 30%나 후려치자 론스타 거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는 무엇보다 론스타와 서로 기대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HSBC도 금융위기의 여파로 274억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떠안으며 인수여력이 현저히 저하돼 무리하게 외환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협상 막판 론스타에 당초 합의된 가격에서 30% 후려친 인수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이처럼 HSBC가 강하게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한국의 외환은행 말고도 더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는 미국 투자은행(IB) 등 알짜 매물이 널렸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SBC, 막판 인수 관심 없었다=우리 정부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헐값매각 재판 전에 승인을 내주는 것까지 고려했다. 금융당국의 의중은 간접경로를 통해 HSBC에도 전달됐다. 이런 성의에도 불구하고 HSBC가 인수포기를 선언하자 금융당국은 상당히 당혹해 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샌드 플록하트 HSBC 아태지역 최고경영자(CEO) 역시 “세계시장에서의 상당한 자산가치 변화를 감안했을 때 지난해 체결된 조건으로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HSBC 주주들의 최선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가격이 주요 원인임을 지적했다. 일련의 협상과정을 보면 HSBC는 막판에 외환은행 인수를 사실상 포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최초 계약에서 양측은 주당 1만8,045원씩 총 60억달러에 합의했다. 그 뒤 지난 7월에는 재협상을 거쳐 주당 1만7,725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HSBC는 막판 인수가격을 주당 1만2,800원으로 후려쳤다. 18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1만2,650원이다. HSBC가 제시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론스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이는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싸고 좋은 물건 많다”=HSBC가 이처럼 계약파기 수순을 밟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인수여력 저하와 최근의 금융위기로 싸고 질 좋은 금융매물이 전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HSBC도 서브프라임 투자와 관련, 274억달러를 상각 처리했다. 전세계 금융회사 중 4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HSBC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60억달러의 자금을 들여 외환은행 인수를 강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전세계를 호령했던 글로벌 IB들이 헐값에 매물로 등장, 외환은행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한 배경이다. 85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경우 굴욕적으로 주당 2달러(나중에 10달러로 인상)에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됐다. 현재도 내로라 하는 IB들이 M&A만 기대하며 투자가를 물색하고 있는 상태다. HSBC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HSBC는 현재 모건스탠리ㆍ골드만삭스ㆍUBS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위기 한파 속에서 한때 HSBC가 그렇게 인수하려던 외환은행은 매력 없는 그저 그런 물건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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