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사람들이 지난 주 미군이 바그다드의 사담 후세인 동상을 철거한 후부터 CNN 방송을 보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전쟁 소식에 주가가 춤을 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에 월가 트레이더들은 경제 뉴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주 뉴욕 증시의 초점은 1ㆍ4분기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 시작되면서 상장
기업들의 수익이 어떻게 나오는지 여부다. 전쟁 통에 미국 경제가 움츠러들었기 때문에 기업 수익도 크게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인들은 전쟁 후에 경영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코멘트를 내놓을 것 같다. 주식시장은 미래의 기업 가치를 전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 기업 사정이 좋아지면 주가가 오르게 된다. 기름값이 내려가고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에 기업 환경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뉴욕 증시도 베어리시(bearish) 관점에서 불리시(bullish) 관점으로 이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가 불리시하게 움직이는 것은 증권에 투자하는 돈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포착된다. 펀드 자금 추적 기관인 트림 탭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일을 기준으로 1주일 동안 25억 달러의 신규자금이 뉴욕 증시로 들어왔다. 안전한 자금 도피처로 인식되던 미국 국채(TB) 시장이 이라크전쟁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면서 하락하고, 이에 따라 자금이 리스크가 높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주엔 다우존스 지수만 0.89%(74 포인트) 올랐을 뿐 나스닥 지수는 0.8%(11 포인트) 하락하고 S&P 500 지수도 1.1%(10 포인트) 가라앉았다. 바그다드 함락이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주가 상승이 지나쳤고, 다가올 어닝시즌을 우려했기 때문에 관망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나스닥 지수가 다우존스 지수와의 연동관계를 끊고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IT) 산업의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퍼스트 올바니라는 투자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등급을 낮췄는데 그 이유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번 주에는 S&P 500 기업 중 30%인 144개 상장사가 1ㆍ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어닝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은 회사 장부를 들여다보면서 주가를 움직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분석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1ㆍ4분기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8.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에 수익이 11.5% 감소한 것에 비하면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이 정도 수익을 냈다면 전후 모든 사정이 정상화될 때 일시적인 경제의 반등 현상이 나타나고, 기업 수익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주 실적 발표기업을 보면 14일에
▲IBM
▲시티그룹, 15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모터스(GM)
▲존슨 앤드 존슨
▲인텔, 16일에는
▲코카콜라
▲JP 모건
▲캐터필라, 17일에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허니웰 등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지난 11일에 실적을 발표했는데, 분기 수익이 월가의 기대치만큼 나왔고, 매출이 기대에 약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주에는 경제지표도 관심 사항이다. 월가 사람들은 전쟁 동안 경제지표를 무시했지만 이제는 경제가 개선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주에 발표된 3월 소매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 상승, 월가가 기대한 0.8% 상승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경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시건대의 소비자신뢰지수도 개선됐고, 미래의 소비 기대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3월 산업 생산,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동부지역 산업 생산조사 자료 등이 발표된다. 3월 산업 생산은 0.2~0.3% 위축되고, 소비자물가도 유가 상승으로 0.4% 올라갈 것으로 월가 분석기관들이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시 자료는 전쟁 이전 또는 전쟁 중의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에 월가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1ㆍ4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1.5% 정도로 둔화된 것으로 측정하고 2ㆍ4분기에는 약간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은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완만한 침체로 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18일이 부활절 전의 성(聖)금요일(굿프라이데이)로 뉴욕 금융시장이 쉬고, 목요일인 17일에는 채권시장이 오후 2시에 조기 마감한다. 휴일 전에 주가가 오르는 홀리데이 랠리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