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잠자는 성장산업 보험을 깨워라] <5·끝> 생보사 상장은 글로벌화 기회다

"증시 입성 통해 자본확충·대형화…해외진출 나서야" <br>수조원대 자금 조달하고 경영투명성·신뢰도 높여 글로벌 보험사 기반마련<br>국내시장 이미 포화상태 中·印 등 신흥시장 선점 지속가능 성장모델 필요





"베트남은 물론 중국ㆍ인도ㆍ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이 약 7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뒤 강조한 말이다. 신 부회장의 이 같은 말은 성공적인 상장으로 도약을 위한 실탄을 마련한 만큼 이 자금으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신 부회장의 말처럼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증시 입성을 글로벌화의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뛰어넘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 및 대형화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화·글로벌화에 상장은 필수=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면서 선진 보험사들처럼 상장 및 해외진출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상장은 글로벌화를 위한 발판이 된다고 설명했다. 상장으로 들어오는 수조원대의 자금이 해외진출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또 상장은 대외 신뢰도나 경영투명성을 높여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촉매가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장은 성장기반 확충은 물론 글로벌화를 앞당기는 필수도구라는 것이다. 현재 이미 상장한 대한·동양생명 외에 12개 생보사가 상장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교보·대한·흥국·미래에셋·동부·동양 등 7개사가 증시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15조여원에 이르고 보험자산도 최대 242조원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추산이다. 박용욱 금감원 생명보험서비스국 부국장은 "상장에 따른 자금조달로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대형화·해외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보험사로의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도 보험사의 상장이 핫 트렌드다. 일본의 다이이치생명이 이달 초 도쿄 증권거래소에 입성한 데 이어 미국의 아메리칸인슈어런스그룹(AIG)의 아시아 법인인 AIA를 인수한 영국 프루덴셜그룹(PCA)이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생명도 올 상반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눈앞에서 드러나는 생보사 상장 효과=생보사의 상장 효과는 이미 국내외에서 증명되고 있다. 메트라이프ㆍ푸르덴셜 등 세계적인 보험사들의 경우 상장 이후 높은 수익성과 글로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00년 상장한 메트라이프는 2001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9%, 순이익이 4억7,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각각 20.8%, 61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차이나생명도 2003년 홍콩 증시 상장 이후 4년 동안 영업수익 33.4%, 총자산 29.8%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생보사 가운데 증시에 처음으로 입문한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상장 전인 지난해 9월 말 208.8%였으나 연말에는 256%로 47.2%포인트나 올라갔다. 영업수익도 지난해 2·4분기 7,889억원에서 4·4분기에는 8,942억원으로 늘어났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을 하게 되면 수익·성장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해외진출"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도 "경영투명성 등에 대한 해외 이미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중장기 목표인 '2015년 글로벌 톱15 달성'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모델 만들어야=전문가들은 보험업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장을 전후해 주력 사업을 정해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은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메트라이프의 경우 상장 이전에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상장 이후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의 성장전략을 취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반면 세계 1위였던 AIG는 본업인 보험이 아닌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존망의 기로에 선 바 있다. 상장 이후 해외진출 때도 수익 극대화 전략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다. 우선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인도·베트남 등 신흥시장,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보험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해외투자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보사의 경우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 때 M&Aㆍ합작투자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사도 국내기업이 글로벌화되고 주변 국가의 자동차 보험 수요가 늘면서 해외진출의 터전이 마련되고 있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지원도 시급하다. 국내 보험사들이 대형 글로벌 보험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나 노하우ㆍ자금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대교 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신흥국가와의 쌍무적 협력을 강화해 우리 보험사들의 해외진출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며 "해외 정보가 부족한 만큼 금감원이 해외진출 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상품 제공·리스크 관리 강화 규제 풀어 종합금융서비스 길 터줘야

■ 글로벌 보험사 도약 과제는 국내 보험사들이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하려면 고객의 생애 주기에 맞는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보험권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업무 제한을 풀어 은행·증권처럼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스크 관리 강화는 기본=금융위기 이후 보험업계에 던져진 최우선 과제는 '기본에 충실하라'이다. 한마디로 장기투자, 안정성, 민간 안전망이라는 핵심 기능을 살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 차원에서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특성에 맞게 리스크를 세분화하고 보험상품의 복합화·패키지화를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내 보험사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 같은 체질강화는 필수다. 강영구 금융감독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은 "리스크 관리, 전문인력 확보 등 기본을 갖추지 않고 섣불리 해외에 진출했다가는 오히려 손실만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건전성 제고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이미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요국의 보험권에 대한 각종 규제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각국의 감독당국은 보험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본확충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배당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보험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부서의 독립 등을 통해 위험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전문성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4월부터 의무 도입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제도에 대한 대비는 발등의 불이다. ◇보험권 족쇄 풀어줘야=보험권이 종합금융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당면 과제다. 현재 보험권은 은행·증권 등 다른 금융권이나 선진 보험사에 비해 업무 허용범위가 좁고 규제가 과도해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만 신탁업무를 통합 운영할 수 없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진익 보험연구원 재무연구실장은 "보험사들의 경우 설계사들이 펀드 대행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탁투자 대행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보험권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과 달리 보험사만 파생상품을 겸영할 수 없도록 한 것도 문제다. 진 실장은 "파생상품 겸영 금지로 자연재해·환경 리스크, 생산자배상책임 등 거대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기법의 개발이 곤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