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기왕 촉발된 논란이 발전적으로 진전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하지만 올바른 토론은 이해 관계자들이 우선 관련 사실부터 명확히 이해하고 출발해야 하는데 전기료 인상 논란에서는 이 부분이 빠진 것 같아 아쉽다.
지난해 한전의 순이익 2조8,000억원과 전력수요 둔화추세를 고려할 때 투자비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솔직히 답답하다. 순익의 외형적 크기에만 집착하거나 의도적으로 이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단순히 장부가치의 변동에 불과한 외화평가이익(6,166억원)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고려 대상인 한전과 발전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03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7,198억원이 감소했으며 올 1ㆍ4분기에도 전년동기보다 1,422억원이나 줄었다. 반면 지난해 12월 발표된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7년까지 총 100조원의 투자재원이 소요된다.
고유가가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 연간 8조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전력공급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는 점증하고 있다. 송배전설비 지중화ㆍ삼상화 투자, 그리고 친환경비용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환율하락이 연료비의 가격상승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한다. 역시 정확하지 않은 얘기다. 최근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5달러를 넘나들며 연초보다 무려 60% 이상 뛰었다. 환율하락을 충분히 감안해도 올해 연료비 증가분만 6,000억원 이상에 이른다.
최근 감사원 감사와 언론보도로 논란이 야기된 전기요금 과다징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이 같은 논쟁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기요금 인상 논란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가 대북전력공급 투자비와의 연계설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가 버젓이 입에 오르고 있다. 대북송전은 정부 재정으로 추진될 일이지 한전이 부담할 일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만큼 명백한 것이다.
전기료는 경제와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많은 관심과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그러나 왜곡된 사실을 놓고 소모적 논쟁이 벌어져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