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세계화의 물결에 당당히 몸을 내던지려면 개인과 기업ㆍ정부의 능력 향상과 마인드 변화는 필수적이지만 ‘세계화의 위험’을 간과하지 않고 촘촘하게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각국이 지구촌으로 불릴 만큼 하나의 세상으로 연결되면서 그 과실뿐 아니라 위험도 공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가 초래한 뼈아픈 상처와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외환ㆍ환율 등 대외 부문을 비롯, 금융, 원자재(유가 포함), 부동산, 노동 등 주요 5개 분야에 걸쳐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하고 있지만 “위기는 똑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는 격언을 되새긴다면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먼 셈이다. ‘위기 불감증’도 적지않은 한국은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급격한 해외 자본이탈에 따른 외화유동성의 고갈 등이 국가경제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판단,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고 99년부터 대외 부문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했다. 그러나 위기는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경제를 강타했다. 99년 대우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카드채 사태로 나라 전체가 흔들렸다. 2003년에는 북핵문제마저 악화되면서 국가 위기상황이 고조됐다. 정부는 그제서야 EWS 분야를 대외 부문에서 금융ㆍ원자재ㆍ부동산ㆍ노동 등으로 확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이를 2005년 초 선보였다. 당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 간여했던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고도 국가 전체의 위기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조차 없었다”면서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 후 정부의 위기불감증도 한몫 했다”고 전했다. 사후약방문식 위기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거시적인 국가위기가 연이어 발생하자 미시적인 감독을 소홀히 해 국내 부동산가격 급등 및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됐다. 정부는 이후 금융과 부동산 부문을 따로 떼어내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문제점들을 함께 챙기고 있다. 위기관리전문가들은 현행 EWS 역시 완전한 것이 아닌데다 ‘숫자(정량적 자료)’만으로는 새로운 위기상황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치밀함과 엉뚱한 창의성을 존중하는 관용이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에 접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위기는 똑같은 형태가 없어 자료와 기술로 예측하는 일기예보와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면서 “수백, 수천번의 경고가 틀릴 수 있지만 제때 한번의 경고라도 적중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번의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30%가 날아간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