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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이은 시련의 상황 속에서도 뚝심을 발휘하면서 그룹 최대 현안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포스코건설 지분 1조2,400억원어치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매각하며 지난 3월 취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 부문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는 사우디 건설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올해 말까지 3조원 대 자금을 확보해 부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낼 계획이다.
◇'저위험 고수익' 중동 진출 새 모델 만들어=권 회장은 15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서 압둘라만 알모파디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총재와 포스코건설 지분 38%(약 1조2,400억원 규모)의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포스코가 보유한 포스코건설 지분 약 1,080만주(25.8%)와 포스코건설이 새로 발행하는 508만주(12.2%)는 PIF로 넘어간다. 지분 매각 후에도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PIF는 2대 주주로 이사 2명을 선임해 경영에 참여한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8월 PIF의 인수의향서 제출 이후 9개월 만에 결실을 봤다. 애초 4월 초 계약을 추진했지만 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 등으로 2개월가량 지연됐다.
양측은 사우디 국영 건설사를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합작 설립해 PIF 등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와 호텔·건축 등 사우디 주요 건설산업에 공동 진출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번 협력으로 사우디 건설 시장에 진출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PIF는 사우디 정부가 주요 제조업과 산업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기금으로 자산규모만도 3,000억달러(약 330조원)에 달한다. 포스코는 풍부한 자금력을 가졌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PIF와 손을 잡은 만큼 중동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현지 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저위험 고수익'의 새 사업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급락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위기를 느낀 사우디도 이번 합작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제조업 기반 마련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윈윈' 전략이 이날 계약을 이끈 셈이다. 권 회장은 계약을 마친 뒤 '먼 여행을 떠나기 전 올바른 동반자를 선택한다'는 아랍 속담을 인용하며 "고려시대 아랍 상인이 벽란도를 찾은 이래 1,000년이 넘는 역사적 교류가 바탕이 돼 (오늘) 한국과 사우디가 함께 미래를 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올해 말까지 3조원 확보 기대=이번 계약으로 포스코는 1조2,4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포스코특수강(5,600억원)을 비롯해 포스코-우루과이, USP, 포스화인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호주의 구리광산 샌드파이어리소시스(1,133억원)와 비수익 부동산 등을 처분해 1조5,000억원가량을 마련했다. 이번 포스코건설 지분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확보 자금은 2조7,000억원으로 불어나고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약 4,000억원대)까지 새 주인을 찾을 경우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 목표로 에비타(EBITDA,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공제 전 영업이익) 대비 부채를 2014년 4.4배에서 2015년 3.5배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업이익을 높이고 부채는 낮춤으로써 달성이 가능한데 이번 포스코건설 매각대금 대부분이 차입금 상환에 쓰이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이번 희소식은 최근 포스코와 자회사 대우인터내셔널 간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두고 불거진 갈등으로 어수선해진 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작사업과 함께 추진 중인 대우인터의 사우디 국민차 사업은 최종 계약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