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고용기간 제한' 시행 한달여 앞두고 사전해고 줄이어<br>勞-政기존 입장만 되풀이… 100만 실업자 현실화 우려
| 지난 4월 실업자가 전월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13일 서울 중구 장교동의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은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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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대란’이 시작됐다. 오는 7월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기간 제한규정이 시행되기까지는 달포 넘게 남았지만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전 해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국회는 물론 정부와 노동계도 산업현장의 혼란을 외면한 채 기존 입장만 고수해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정부·국회·산업계 등에 따르면 안산반월공단에 있는 전자부품업체인 A사는 지난 4월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4년으로 늘 것으로 보고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중단했다.
서울에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업체인 P사는 최근 1년 계약을 한 비정규직 근로자 3명의 계약을 해지한 뒤 재계약을 했다. 이 회사는 반대로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시행된다고 예상해 올해 말의 사용기간 종료를 조금이라도 연기하기 위해 이 같은 편법을 썼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비정규직법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예견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실업대란을 이유로 고용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4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노동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 때문에 기업들의 인사정책이 우왕좌왕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의지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시장에 읽히면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맘대로 써도 된다고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7월 시행까지 5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당과 ·노동계는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해서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대로 갈 경우 실업자 수가 7월 이후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실업자는 93만9,000명으로 전달(95만2,000명)보다 1만9,000명 감소했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9월 72만2,000명을 바닥으로 꾸준히 상승하며 최근 100만명 돌파까지 예상됐지만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인턴 등의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비정규직법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실업자가 양산돼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위기 탓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법의 취지가 뒷전으로 간 느낌”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여야와 노동계가 지금부터라도 터놓고 대화를 시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