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중 인력 절반으로 줄여/임금삭감·사업통폐합 등 비상경영 돌입

한나중공업(대표 강경호)이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3천여명을 감축하고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강도높은 자구방안을 마련, 비상경영 체제에 나섰다.강경호 부회장은 25일 「결코 회사의 문을 닫을 수 없습니다」라는 담화문을 통해 조직과 인원의 절반축소, 임직원 임금삭감 등의 비상경영대책을 발표했다. 강부회장은 이 담화문에서 『한라는 과도한 금융비용과 낮은 생산성으로 적자가 누적된데다 안정궤도에 진입하기 전에 복합불황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금난이 가속화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강부회장은 『이제는 혁명적인 결단과 사고전환만이 유효할 뿐』이라며 『더 많은 아픔과 슬픔이 있더라도 이를 악물고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적자가 나는 사업이나 장래성이 있더라도 투자를 수반해야 하는 사업, 단기내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은 한라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 통폐합 및 매각가능성을 밝혔다. 한라는 이에따라 이날로 60여명의 임원들에 대한 사표를 받았으며 오는 12월6일까지 퇴직희망자 모집에 들어갔다. 한라는 퇴직자들에게 적용할 명예퇴직금 규모와 기능직 사원의 퇴직범위, 임금삭감 수준 등을 놓고 노조와 협의할 예정인데 퇴직자가 목표에 미달할 경우 권고사직도 단행할 계획이다. 한라는 또 천안에 있는 그룹세계화 연수원등 불요불급한 자산을 조기매각하고 비수익 사업을 선정해 즉각 철수키로 했다. 한편 한라중공업 노조는 지난 10월 실시한 노조원 불신임투표로 8대집행부가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조기사퇴한 상태다. 노조는 이에따라 27일 9대 노조위원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는대로 회사측과 본격적인 협의를 할 방침이다. 한라는 올 매출목표 1조5천억원으로 국내 조선업계 4위 규모다.<채수종 기자> ◎해설/‘IMF신탁시대’ 구조조정 신호탄/조직 대폭축소 매각가능성 높아 한나중공업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 시대를 맞아 우리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출 1조5천억원 규모로 국내 조선업계 4위, 세계조선 빅5의 위치에 있는 한라가 전체인원의 50%를 넘는 3천여명을 감축하는 초강경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의 금융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조선불황으로 지난 94년 삼호조선소 설립이후 누적적자가 크게 불어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어 왔다. 한라는 최근 직원들의 상여금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한라는 이번 조치로 임원의 80%, 관리직 60%, 현장직 50%가 회사를 떠나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명예퇴직금의 규모는 확정되지 않고 있으나 현장직은 1년분을 지급하고 입사 3년 이상된 관리직은 6개월, 3년 이하는 3개월치를 지불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불신임으로 노조집행부가 퇴진한 상태여서 오는 27일 새로운 노조위원장이 선출돼야 노사간 본격적인 인원감축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의 사활이 걸린 구조조정 작업에 상당수의 노조원이 포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새 노조집행부가 얼마나 회사측에 협조를 할 것인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측에서 강행하려는 임금삭감도 노조측의 반대에 부딪칠 경우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는 이번에 대폭적인 인원감축으로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매각을 위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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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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